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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의 스포츠카페] 양용은이 밝힌 첫 승의 비결

지난 8일은 한인 스포츠 승리의 날이었다. 일본에서 한국 야구팀이 중국을 대파한데 이어 싱가포르에서는 LPGA 신지애가 또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PGA의 양용은이 우승 소식을 잇달아 전해줬다.

중국을 14-0으로 꺾은 한국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행을 확정했다. 신지애는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6타나 뒤지고도 역전승을 일궈냈다. 양용은의 혼다클래식 우승은 PGA투어 데뷔 첫 승이라 감격도 컸다.

재미난 것은 양용은의 기자회견이었다.

존 롤린스의 막판 맹추격을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한 양용은은 대회 공식 인터뷰에서 승리 원동력을 신지애와 WBC 한국 야구 대표팀의 승리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용은은 "4라운드 경기에 앞서 인터넷을 통해 신지애의 우승 소식과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의 중국전 승리 소식을 봤다.

그들이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신지애가 6언더파를 치며 역전 우승했는데 나는 3타 앞서고 있는 만큼 반드시 우승을 하자고 다짐했다"고 털어 놓았다.

양용은의 말을 듣고 보니 신지애와 한국 야구의 불굴의 정신력이 우승에 큰 힘이 됐겠구나 싶었다.

3라운드까지 1위인 호주의 캐서린 헐에 6타 뒤지고도 역전승한 신지애나 하루전 일본에 2-14 7회 콜드게임패의 수모를 딛고 곧바로 중국전에서 명예를 회복한 한국 야구팀의 정신력은 분명 양용은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줬을 것이다.

한국 야구팀의 결과는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이긴 했지만 어쨌든 중국전은 WBC 8강 진출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전이었다.

지금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뛰고 있는 박찬호가 LA 다저스 시절 막 '코리안 특급' 바람을 일으킬 때다. 당시만 해도 미국 무대에서 한인 선수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박찬호에 앞서서도 분명 개척자는 있었지만 그 만큼 분명하게 이름을 알린 존재는 없었다. 이젠 필리스에서도 간신히 5선발 경쟁을 해야할 정도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이 팬들이 박찬호를 잊지 못하고 있다.

홀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스포츠 외교관'의 역할을 해낸 이미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박찬호의 그런 외로운 싸움에 힘이 된 선수가 박세리였다. 1998년 LPGA US오픈에서 박세리가 우승한 후로 박찬호는 대회 때마다 박세리를 응원했다.

박세리 역시 박찬호의 호투에 힘을 실어줬다. 성도 같은 터라 '남매지간 아니냐'란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요즘으로 치면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이 '국민 남매'로까지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를 무대로 싸우는 선수들이라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모두가 경쟁상대라 함부로 자신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같은 한인 선수들의 응원 한마디 성공 소식은 훌륭한 자극제가 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양용은의 우승도 그런 긍정의 힘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LPGA에 유달리 한인 선수들이 많고 그 좁은 바닥에서도 한인 선수간 벽이 높다는 소식이 들려 오기에 양용은의 우승소감을 새삼 곱씹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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