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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관련 단체장들에게 듣는다] 가주 한인약사회 김 마틴 회장

10년 투쟁…'외국인 약사' 길 열어
가주 약대 졸업생 10%가 한인
미 "신뢰받는 전문인 1위" 근지

‘가주 한인약사회’(회장 김마틴)는 명칭부터 다른 의료단체와 차별화되기를 원한다. ‘협회’가 아닌 ‘약사회’임을 밝힌다. 단지 형식적인 단체가 아니라 ‘하나의 가족’처럼 친목과 상부상조의 협조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을 만나 보니 그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약사회는 투쟁 속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회원들 모두가 생활 공동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한국에서 약사들이 이민을 많이 왔던 70년대 초에는 미국에서 외국인들에게 약사 라이선스 시험을 취득할 자격을 주지 않았다. 한국서 약대를 졸업, 라이선스를 받고 약국을 경영하다가 미국서 약사로서 활동의 길이 막혀 버린 셈이다.

김마틴 회장은 “그래서 당시 20여명의 한인 약사 출신들이 새크라멘토 의사당 앞과 멀리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팻말을 들고 10년 동안 시위를 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82년부터 ‘외국인 약사 검정고시’(FPGEE)라는 새로운 약사법이 제정돼 외국에서 약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라이선스를 받고 약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김회장은 “지금 각 나라에서 이민온 약사들이 모두 우리 약사회의 초창기 멤버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한다. 그후 약사회에서는 같은 한인 약사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하도록 돕기 시작했다.

처음엔 회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고 한다. 좋은 의도로 고시공부를 도와 주었더니 바로 옆에 약국을 오픈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했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다행스럽게도(?) 발생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약사회의 도움으로 고시를 무사히 통과한 약사들은 병원에 일자리를 찾거나 개인 약국을 운영해도 타운을 벗어나 각 지역에 고루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 하성자 전 약사회 회장의 설명이다.

이민 초년병 약사들에게 고시에 필요한 클래스 강의를 책임맡고 있는 유창호 약사회 이사장은 “저를 비롯해 회원들이 진심으로 자진해서 고시과목을 나눠 각자 따로 공부해가면서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같은 마음이 회원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고 흐뭇해한다. 그리고 미국서 10년째 ‘가장 신뢰하는 전문인’ 1위에 약사들이 꼽히는 것도 본성들이 선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말한다.

의사들은 ‘이 검사도 받아라, 저 검사도 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약사들은 약을 달라고 해도 안된다고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볼 때 매우 양심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며 모두들 웃는다. 실제로 미국서는 약에 대한 최종 책임이 약사들에게 있기 때문에 설사 의사가 내린 처방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의사에게 말해 취소시킬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가주에서 매년 배출되는 약대 졸업생 중에서 10%가 한인 학생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인 부모들이 선호하는 자녀의 직업도 약사가 많아 문의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마틴 회장은 “의사의 적성은 응급상황시 신속하게 판단, 행동하는 것이고 약사는 의사처방을 꼼꼼하고 면밀하게 분석해서 점검하는 차분한 성격이어야 된다”며 차이를 설명한다.

글·사진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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