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광장] 평통위원과 감투 싸움
김용현/한민족평화연구소 소장
충청남도의 대전 중구 협의회 회장인 남재영 목사라는 분은 지난 4일 회장직을 사퇴하는 글을 통해 "지금 남북관계에서 이명박 정부는 차마 가서는 안 될 길을 가고 있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그 자신 대통령에게 통일정책에 대한 자문역할을 해야 하는 헌법기관의 일원으로서 한없는 자책감을 느껴 사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6월이면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불과 3개월 남겨 놓은 시점에서 중도 사퇴하는 것이 꼭 잘하는 일이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분이 평통 협의회 회장이기 이전에 목사로서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었다니 이해가 된다.
감투라면 가리지 않고 모두가 얻어 내려고 애쓰는 시절에 스스로 벗어 버릴 수 있었다는 용기가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헌법기관으로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국민의 통일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여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지난 1980년 10월27일 범국민적 통일기구로 설립된 바 있다.
민주 평통은 영욕을 거듭하면서 6.15 남북정상 선언이 있었던 2000년 이후에는 이곳 미주에서도 대통령의 통일정책에 대한 자문과 건의를 활발히 벌였다.
남북 해외간 교류 협력사업과 인도적 지원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고 금강산 및 개성관광의 홍보를 통해 평화통일 의지를 동포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대북정책이 바뀌고 통일부의 기능이 축소되는 등 통일 환경이 악화되기는 했다.
그러나 밖으로는 미국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이 다듬어 지고 있고 안으로는 남북긴장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요즘 같은 중요한 시기에 평통이 너무나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들린다.
거기에다 한국정부가 재외국민의 참정권 실시를 앞두고 평통을 해외 여권지지 세력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조직을 세분화하고 자문위원 숫자도 대폭 늘일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포사회에서는 지난 1972년 어용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통일주체국민회의의 망령이 떠오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얼마동안은 자천타천으로 누가 평통 협의회장이 되려 하고 누가 자문위원이 되려한다는 등의 평통 관련기사가 아침마다 신문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자문회의에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는 관심없이 그저 남들이 하니까 나도 들어가 봤으면 하거나 다른 것 다 해봤으니 평통 회장 자리 한번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명예욕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벼슬과 명예는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그러나 그것은 들어 갈때도 중요하지만 나올 때 어떤 모습으로 나오게 되는가가 더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을 들어가는데 힘쓰는 선비와 나가는데 힘 쓰는 선비의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기도 했는데 앞에는 조광조와 이이 뒤에는 이황과 조식을 예로 든다.
다산의 '목민심서'에는 "스스로 높이는 자는 남들이 낮게 여기고 스스로 낮추는 사람은 남들이 높여 준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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