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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부부 참극으로 본 '중년부부 행복해지기'

상담심리전문가 박혜원 소장의 제안
'중년의 우울 이기고 함께 행복해지기'

"부부간 투명한 의사소통 중요"
'내가 이 나이에...'라는 생각 버려야

50대 한인이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칼로 찌르고 투신자살한 사건이 밴쿠버 교민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부동산 중개인으로 활동해왔던 탓에 그 파장은 적지 않았다.

최근 세계 경기 위기와 더불어 환율 상승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인사회에 있어서는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을 보면서 중년 가장의 우울증과 외로움, 가정불화, 그리고 자살충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겪는 일상의 문제들일 수 있지만 극한으로 치닫게 되면 비극으로 결론지고 만다.

임상심리 전문가 박혜원 소장(연우심리상담소)을 만나 이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중년의 우울증에 대하여

이민 와서 겪는 상황은 특별하다. 중년이 되어 나이가 들고 은퇴하게 되면 가족 부양이라는 아버지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고 가장으로서 우울해지기 쉽다. 수입이 적어지면서 가정의 영향력은 적어지고 자녀들을 이미 독립했고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우울증에 사로잡힌다.

이민 생활에서도 캐나다식으로 살지 못하고 한국식 구조로 살면서 경제적 능력 상실과 학습된 무기력으로 자신감을 상실한다. 언어의 장벽 속에서 한인사회에 자리잡고 살아도 자신이 주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만족하지 못한다. 지역사회에서 성공했다지만 마치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한자리 하는 것 같은 느낌, 마치 다리 부러진 장수처럼 완전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고 결핍으로 생각하며 반복된 무기력감 속에 의욕을 상실한다. 이는 개선되지 않는 영어, 즉 언어 장벽으로 인한 패배 의식일 수도 있다.

중년 이후 사별 혹은 이별로 인해 재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중년의 결혼은 20대와 달리 반드시 고쳐서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없다. 중년 이후의 나이가 되면 빨리 좌절하고 같은 상황이 반복될 때 긍정적으로 고쳐야겠다는 희망이 적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50대에 재혼하더라도 40-50년을 해로할 수 있는 시대다. “내가 이 나이에” 라는 생각을 접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생활에 임해야 한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하여

부부간의 평화는 간단하지 않지만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투명한 의사소통이다. 한국문화는 말로 하기 이전에 눈치로 짐작하고 상대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과 불만이 쌓여 간다.

부부간의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지만 그 말과 그 속의 마음은 서로 다른 경우가 많으며 서로간의 오해는 쌓여간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이중 메시지’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내일이 생일인데 어디 선물 뭐하나 두고 보자 하며 말 안하고 있다가 아무 것도 없을 때 다음 날 폭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존심을 꺾고 솔직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솔직하게 자기 욕구를 표현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겸손하다는 얘기다. 남의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은 자신감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분명 다르다. 한 부모 밑의 자식들도 저마다 다른데 다른 부모 밑에서 자란 남녀가 서로 다른 건 당연하다. 틀리다 옳다 판단하지 말고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부부는 동등한 관계를 유지해 가야 한다.

한쪽 지나치게 열등해지며 균형이 깨지면 부부간의 평화는 오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이고 조화로운 가정으로 보일지 몰라도 소극적인 공격성이 내포되어 있다.

부부 중의 한쪽이 지나치게 지배적이면 다른 한쪽이 소극적인 공격성을 가지기 쉽다. 표면에 나타나지 않지만 결국에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표출되게 된다. ‘내가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해’라는 배우자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함께 능력을 키워주고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부부는 동등하게 발전하고 함께 성숙해가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한쪽이 모든 것이 다하며 배우자를 종속되게 한다면 이것도 일종의 착취이다.

-자살 충동에 대하여

자살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이전에 주변에 죽고 싶다는 말을 하며 일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아주 충동적이지 않다면 자살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일상적인 하소연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죽고 싶을 만큼 이렇게 힘들다’며 도와달라는 절규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알아차리고 적절한 조언을 주기 힘들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전문가와의 상담이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은 비슷한 사고를 하며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다른 관점으로 새롭게 문제를 조명하고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다. 즉 다른 방법을 통해 그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우울증으로 좌절하던 사람이 1-2번의 상담만으로도 한결 걸음걸이가 가벼워지는 걸 자주 본다. 특별한 전문가는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때 의외로 그 해결의 열쇠는 자기 손에 쥐여져 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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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연우심리상담소장'은…

우울증, 불안 등 개인과 부부문제, 학부모 교육 상담 전문.
연세대에서 교육학과 영문학을 복수전공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연세대와 경희대에서 학생상담을 맡았다. 그는 2002년 이민 온 후 UBC에서 상담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이민자 봉사사단체 모자익, 주정부 아동가족발전부 전문 상담가로 꾸준히 활동해 왔다.

글.사진=이명우 기자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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