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SG 워너비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그런데, 교복을 입고 중학생이 되면 FM을 들어야만 하는 것처럼 여기던 그 때,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팝송의 세계에 빠져들면서도 우리 가요를 아울러 들었던 이유는 우리 가요가 우리의 정서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가사를 잘 모르고 오직 선율만 즐기던 팝송에 비해서 가요는 그 가사가 듣는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이성에 눈을 뜨고 자신의 성장 과정을 눈에 띄게 경험할 때, 가요는 그들 곁에 있었습니다. 저는 ‘산울림’의 음악 세계를 좋아했고, 대학가요제에서 나온 음악들을 대단히 좋아했습니다. 후에는 이문세와 신승훈을 들으면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올 때, 약 500장의 각종 음반을 짐과 함께 부쳤던 저는 여행을 할 때마다 아들에게 우리 가요를 들려 줄 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해서 몇 개 주를 관통하는 여행길에서 아들은 제가 서울에서 좋아하던 음악들을 함께 들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을 반복해서 들으면 아들도 따라부르고는 했습니다.
아들이 그렇게 우리 가요를 따라부를 때면 저는 미국에서 자라는 아들과 작은 끈을 하나 더 연결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와는 다른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들과 공유할 것이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한글 학교 교사 시절 직접 가르쳤던 동요들과 애국가 말고도 아들이 생활 속에서 엄마 아빠가 듣는 한국의 음악을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사실 욕심입니다. 아들이 지금 듣는 음악들을 제가 하나 하나 알고 즐길 수 없는 것처럼, 아들도 제가 즐기는 음악들을 알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다만 자기 나름대로 음악적인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되는 음악들은 골라서 듣습니다. 마치 전에 교복을 입었던 10대의 제가 가사의 내용도 모르면서 ABBA의 음악을 들었던 것처럼, 아들은 가사를 완전히 이해 못하면서 SG워너비의 노래들을 듣습니다.
휴대 전화에 MP3 기능이 추가 된 후로는 전화로도 음악을 듣는데, 많은 한국 가요 가운데 SG워너비가 단연 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불러 유명한 Simon and Garfunkel의 영문 첫자를 따고 그들과 같이 되기를 원한다(wanna be)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는 그들의 음악은 분명 돋보입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부르던 아들은 가사의 의미를 물어옵니다. 그러나 설명을 해주어도 가사를 아주 잘 이해하는 눈치는 아닙니다. 머리로만 알고 마음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주한 외국인이 명절 특별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 가요를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늘 부모와 우리말을 하는 탓에 발음은 좀 좋아보입니다. 그러나 가사를 깊이 느껴야 노래 곳곳에 감정이 실리는 법인데, 아들은 그렇게까지 노래하지 못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미국 노래들을 부를 때 가사를 완전히 느껴서 상대적으로 노래를 멋지게 부르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그래도 아들이 한국 가요를 부르는 것은 좋습니다. 한국을 떠나 살면서도 한국을 더 알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나중에 세월이 흐른 후에도 아들을 만나서 함께 부를 노래들이 있다는 것은 아들과 또다른 방법으로 소통함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아들이 우리 음악을 들을 때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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