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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막을 수 있다' 주변에 잇단 암시…무심코 넘기면 안돼

한인봉사센터 정신건강 워크숍

#고교 1학년생인 김 모군. 말이 없고 낯을 가리는 성격탓에 환경이 바뀔때마다 친구 사귀는게 쉽지 않다.

학교 갔다오면 방에 들어가 밤 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붙어있는게 김 군 일과. 주말에도 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김 군을 바라보는 부모의 걱정이 앞선다. 김 군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처럼 자살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을 만난다.

#결혼 3년차인 주부 이 모씨는 최근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자녀가 없다는 걸 위안 삼고 차라리 이혼해버릴까 싶다가도 쉽지 않다. 혼자 끙끙 앓며 매일 밤 늦게 남편이 집에 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씨. 외로움 끝에 삶의 의욕도 잃고 자살을 생각해본다. 혹시나 자신이 죽으면 남편이 잘못을 뉘우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흔히 자살은 충동적인 행동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살하고 싶다’는 말 등의 단서를 주변에 자꾸 남기죠. 따라서 주변에서 관심을 기울인다면 분명히 어느 정도까지는 예방이 가능합니다.”

23일 ‘자살과 예방’을 주제로 애난데일서 열린 워싱턴한인봉사센터 정신건강 워크숍에서 조지영 프로그램 디렉터(사진공중보건학 박사)는 ”자살하려 하는 사람들은 공통된 징후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디렉터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 가장 높으며 2005년 자살자수는 무려 1만2047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10만명 당 26.1명, 하루 33명꼴로 자살하는 셈이다. 미주 지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미 질병통제센터(CDC)는 미국 대학 신입생 12명 중 1명이 자살을 계획한 적이 있으며, 2003년 65세 이상 노인 사망 원인의 20%가 자살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디렉터는 “특히 이민자의 경우 언어적,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우울증, 또 생활고와 이혼 등의 가정문제, 힘든 이민 생활에서 오는 심적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자살 가능성의 징후는 여러가지로 나타난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 자신의 처지를 심하게 비관하고 자책하며, 절망감을 보이다 급격한 기분의 변화를 보이는 등이 그것이다.

조 디렉터는 자살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먼저 문제를 자세히 들어주는 것부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에이 뭐 별것도 아닌걸로 그러냐’는 식으로 상대의 문제나 감정을 판단하거나 최소화하지 말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 디렉터는 강조했다.

이어 그냥 듣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설득하며, 치료를 위한 격려와 계획을 세우는 등의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 조 디렉터는 또한 전문기관의 도움을 의뢰, 자살 고려자가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는 절대 주의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의: 703-354-6345(한인봉사센터), 703-527-4077(영어)

유승림 기자 ysl1120@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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