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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 추모사] '좁은 길로 가신 큰 분'

양현승 목사/미주종교평화협의회 상임대표

오늘 지금 이 시간 성바실 성당에는 천여개의 화환이 놓여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을 추모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화환으로 보입니다. 꽃들이 우는 것 같은데 희망의 향기가 묻어 나오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사람'은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살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우리에게 심어주시고 가셨습니다. 우리가 살고 싶고 소망하는 삶을 바로 사셨습니다.

'좁은 길'을 스스로 택하신 걸 보면서 살아 움직이는 '말씀'이라고 느낄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좁은 길을 늘 걸어가신 큰 분이셨습니다.

언론사를 세워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듣고 심지어 교황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민들의 시각을 신문에 가감없이 실었던 김 추기경님은 큰 사람이셨습니다.

김 추기경님은 많은 사람의 걱정에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야 고칠 것은 고치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지 않겠습니까."

삶을 얕게 보지 않는 '깊은 길' 교황청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좁은 길' 하느님만을 경외하는 '높은 길'을 인자함과 온유한 모습으로 걸어오셨습니다.

추모하면서 기립니다.

미사 마침 예식에서 3번째 십자가 표시로 강복하심은 북녘 형제.자매를 생각하시기에 존경합니다.

1980년 군종 신부님을 통해서 광주 민중항쟁 지역에 급하게 쓴 편지와 구속자 영치금을 보내시면서 광주를 아파하시면서 위로하셨음을 기억합니다.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알아듣게 설명하시지 못하고 고민 고민하시다가 기차에서 '삶은 계란' 소리를 들으시고 삶은 계란이라고 하신 것은 늘 우리를 품고 사셨기에 유머로 화답하실 수 있었던 것 입니다.

'재산을 모두 교구에 헌납한다'라는 유언장과 함께 무언의 유언장을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무언의 유언장을 한 장씩 김 추기경님에게서 받은 마음으로 우리는 모두 이 추모미사에 앉아 있습니다. 우리가 할 바에는 게으르면서도 추기경님에게만 기대고 더 바라기만 하였는지 그 빈자리가 휑합니다. 이럴 수록 더 빈 마음으로 우리가 할 바를 실천하고자 여기 모였습니다.

김 추기경님을 닮기 원해 지극히 작은 자를 사랑하는 이태석 신부를 위해서 한 달 전 미국에서 아프리카 수단에 희망을 보내는 후원회를 창립하였는데 그 일을 꾸준히 하겠습니다.

한인 종교계는 물론 미국내의 종교계와의 종교간 소통을 위해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내겠습니다. 늘 김 추기경님처럼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렵니다. 많은 약속보다는 한 두 가지라도 실천함으로써 김수환 추기경님을 이 땅에 살아가면서 하루하루의 삶 속에 기리는 희망을 품습니다.

강원용 목사님을 만나시겠네요. 이렇게 한 번 불러도 되지요. '혜화동 할아버지 김수환 스테파노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19일 열린 성 바실 성당 합동 추모미사의 추모사 전문. 〈사진 신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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