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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된장아빠의 버터아들 키우기

군대 생활 예찬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복을 입었고 군대에서도 군복을 입었던 저는 사람의 개성과 자유를 억제하면서 획일과 통제가 모두에게 정당화 되어 있는, 군대라는 집단을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자랄 때 어른들이 “남자는 군대를 가야 사람된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습니다. 문란하고 문제 투성이인 생활을 하는 사람의 경우라면 모를까, 보통의 성실한 젊은이들에게는 20대 초반의 황금기를 군에서 보내는 것이 공연한 시간 낭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법을 준수하고 나라를 위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으로 대학 2학년 때 입대를 해서 33개월 15일을 대한민국 공군에서 근무했습니다. 솔직히 군인이 되어 세번째 성탄절을 군복을 입고 비행장에서 보낼 때는 젊은 시간이 얻은 것 없이 마냥 흘러간 것 같아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나이 40이 넘어 아들을 키우면서 군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돌아보니 군대야말로 절제와 인내를 가르쳐 준 곳이었고, 계획적으로 일한 후 결과를 반성하는 것을 가르쳐 준 곳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스스로 익히려면 도저히 익힐 수 없는 많은 것 들을 강제적으로 하게 하여 습관이 되게 하고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어 주는 곳입니다. 요즘 저는 아들이 젊은 시절에 군대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아들에게는 아무리 자주 말해주어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공부를 하기 전에 계획을 세워서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과 비교적 짦은 시간을 써서 공부할 것을 나누고, 매일과 매주, 매달의 공부 계획을 세우라고 말해도 그리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계획을 반드시 적어서 정리하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계획대로 했는지를 확인하라고 해도 그 때 그 때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고 공부합니다. 계획을 세우는데 드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입니다. 그냥 하면 되고, 그래도 아무 문제 없다면서 생각나는대로 시간을 활용합니다.

자기 주변을 깔금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도 눈에 띱니다. 자기 방을 정리 정돈하고 자기 물건을 사용하면 제자리에 놓는 것을 아들은 귀찮아 합니다. 그래서 자주 자기 물건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어려서 그러겠지라고 여겼는데, 점점 자라도 도무지 변화가 없는 것은 종종 걱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군대는 국가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면서 아울러 그 구성원들에게는 좋은 교육 기관의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익히면 평생 동안 좋을 마음가짐과 습관을 개인에게 심어주는데는 군대만큼 좋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기 싫고 힘들어 보이는 일도 하게 하고, 어려워 보이는 것들을 결국 스스로 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단체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지도자의 의지를 따르며 순종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합니다. 또 자기를 따르는 부하들을 배려하면서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합니다. 이런 훈련은 후에 군을 떠나 살면서도 개인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게을렀던 20대의 입대 전에는 공부를 등한히 하고 F학점도 받았던 제가 제대 후에는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된 것과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으려고 치열하게 공부했던 것은 순전히 군대가 저의 마음가짐과 습관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개성과 자유를 강조하는 요즘, 상사의 지시에 순종하고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성원과 화합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은 군대에서 가장 잘 익힐 것입니다.

군대가 구성원들에게 하는 것처럼, 강제적으로 좋은 습관을 아들에게 들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너무도 자유롭고 강제가 없어서, 모두들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이 땅에서, 점점 군대 생활 예찬론자가 되어갑니다.

페어팩스 거주 학부모 김정수 jeongsu_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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