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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선종] '종교를 뛰어넘은 큰 지도자를 잃었다'

한인사회 애도의 물결

카톨릭계…혼란했던 시기 빛과 소금의 역할 다해

"주님의 종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한국 가톨릭 교계의 큰 어른이었던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남가주 한인 교계에도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16일 오전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들은 한인 가톨릭 성직.수도자들과 신자들은 공동체별로 연도를 바치며 김 추기경 영혼의 안식을 빌었다.

또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의 권고에 따라 오는 18일 각 본당별로 연도를 바치는 한편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장례 미사 일정에 맞춰 19일 저녁 본당별 추모 미사를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남가주사제협의회 회장인 전달수 신부가 주임으로 있는 성마리아한인천주교회에서는 작은 빈소도 마련해 누구나 찾아와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JBC를 통해 전파를 타고 있는 미주가톨릭방송(월~금요일 오전 5시30분 일요일 오전 7시)에서는 오늘(17일)부터 2주간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특별 방송을 기획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어렸을 때 부터의 삶과 사제로서의 길을 두루 조명할 예정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을 추억하며 추모의 메시지를 전하는 교계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북미주한인사목사제협의회 회장 박상대 신부는 "그토록 혼란했던 시국에 맞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시며 무거운 짐을 많이 지셨던 분이 바로 김수환 추기경님"이라며 "이제 그 멍에를 내려놓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빌며 앞으로는 우리가 그 짐을 지고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남가주사제협의회 회장 전달수 신부는 "정의구현에 앞장 서셨던 정말 훌륭한 어른이자 지도자를 잃게 돼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수도자들 역시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가주 가톨릭성서센터 손 플로리아나 수녀는 "선종 소식을 듣자마자 다른 수녀님들과 함께 연도를 바쳤다"며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가시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느낌"이라고 아쉬워했다. 손 수녀는 또한 "가장 어려울 때 교회의 목소리를 대변하셨던 추기경님의 뜻을 잊지 않고 이어나가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벨플라워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최 아녜스 수녀 역시 "젊은 나이에 교회의 지도자가 되셨음에도 의연하게 혼란의 시기를 대처해오신 추기경님은 가톨릭을 넘어 모든 한국인들의 빛이셨다"며 "수도자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추기경님의 영혼을 위해 마음을 모아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종교계…중도적 입장에서 모든 사람들을 포용

한국 가톨릭계의 정신적 지주인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전해 들은 미주 한인 종교계에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16일 한인 개신교계와 불교계는 “김 추기경은 종교의 벽을 넘어 화합을 이끌면서 한국사회에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 오신 분”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한종수 목사는 “먼저 한국 종교계의 큰 별이 선종하신 것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나라의 어른으로 한국사회가 어려울 때 나라의 지표가 되어주셨으며, 중도적인 입장에서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셨던 김 추기경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성영락교회 원로 박희민 목사 역시 “40여 년 전 종교화합을 위한 자리에서의 봤던 김 추기경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김 추기경은 가톨릭계의 리더로서만이 아닌 종교계 전체의 지도자이기도 했다. 그런 분이 떠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길 없다”고 전했다.

법왕사 현일 스님 역시 슬픔을 함께 했다. 현일 스님은 “김수환 추기경은 불교계는 범 종교적으로도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분이었다”며 “김 추기경의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가르침은 오랜 종교계의 갈등을 화합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좀 더 오래 우리 곁에 계시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울 뿐”이라고 슬픔을 표했다.

범종교단체인 미주종교평화협의회 상임대표 양현승 목사는 “주님의 발자취를 이 세상에 계시면서 쫓아갔던 추기경의 선종소식을 듣고 오늘 그분을 위해 새벽기도를 드렸다”면서 “김 추기경은 이제 세상에 안계시지만 지금까지 그 분이 하던 많은 일들을 계승하라는 뜻으로 알고 종교를 넘어 우리 모두가 그 뜻을 모으고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수연 기자

한인사회…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분…안타깝다

미주 한인사회의 각계 인사들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애도와 슬픔에 빠졌다. 특히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에는 여러번 방문했던 김추기경이라서 더욱 슬픔이 더했다.

김재수 LA총영사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때마다 큰 역할하신 김 추기경은 특히 사랑과 인권 문제에 대해서 많은 말씀을 하셨다”면서 “국가적으로는 물론 한민족 전체에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종교와 무관하게 평소에도 무척 존경한 인물이어서 막상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스칼렛 엄 LA한인회장도 “뜻밖의 소식에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눈물도 많이 난다”면서 “멋지고 의연하셨던 모습이 특히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강태흥 재미한인자원봉사자회장은 “암울했던 시대 한국에서 민주화의 최고 선봉이자 정신적 지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버팀목이었다”면서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고 절대 독재 권력에 물러서지 않았던 점과 약자들의 편에서 굴하지 않으셨던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애도했다.

이병도 충청향우회장은 “1981년 잠실성당에서 직접 견진성사를 받았다”면서 “당시 신자들의 요구로 노래를 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면서 “특히 희망을 얘기하고 아주 가까이서 자상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모습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대부분 한인들도 김 추기경의 모범적인 사랑 실천을 높이 기리며 큰 별이 졌음을 안타까워했다.

진 송(증권업)씨는 “예전에 안구 기증을 예약해서 수많은 신자들의 장기기증 대열에 동참하게 했다”며 “김추기경은 말뿐이 아닌 몸소 실천을 통해 사랑을 전파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김 추기경이 여러 번 남가주를 방문해 많은 메시지를 전하는 등 우리와 매우 가까이 계셨던 것으로 느끼는 한인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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