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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스터 둠' 과 '아나바다'

남상혁/중앙방송 국장

요즘 미국의 각종 경제관련 웹사이트에 '미스터 둠(Mr. Doom.멸망)'이란 닉네임의 애널리스트가 뜨고 있다.

그는 10여년째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CNBC TV 등에 경제 전망에 관한 기고하고 있는데 그 닉네임처럼 변함없이 부정적인 견해만을 내놓고 있다.

언론은 대개 극단적인 주장을 선호한다. 메시지가 뚜렷해 반향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미스터 둠은 극단적인 논리 덕에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는 측면도 있다.

대개 극단적인 논리에는 결함이 있기 마련이지만 사상 최악의 경제상황에 접어든 요즘 미스터 둠에게서 결점보다는 장점이 더 돋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아예 예언가로 취급받고 있는 미스터 둠의 논조를 직접 들어본다.

"미국은 저축과 생산없이 그저 소비하고 돈을 빌려 써대는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해외 채권자와 수출국에게 점점 더 종속돼 가고 있다. 사람들은 미국을 대마불사라고 떠들고 있지만 만일 미국의 채권을 해외에서 더 이상 사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거나 채무 불이행으로 막가는 수 밖에 달리 길이 없지 않은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가 이미 바뀌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이런 추세는 역전될 가망성이 없다."

국가 경제가 파산하거나 개인이 궁핍해지거나 둘중 하나라는 얘기다.

그는 미국이 장기적으로는 달러가치 폭락과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고 보면서 "결국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의 재산을 방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스터 둠은 그러나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면서 '유로 퍼시픽'이라는 금.은.구리 같은 원자재 펀드회사의 대표로 있기도 하다. 한편에서는 자신의 펀드를 키우기 위해 그런 극단적인 논리를 펴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그렇지만 그 저의와는 상관없이 미스터 둠에게서 받아 들여야 할 원칙도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 재산은 내가 지킬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그 동안 실망의 연속이었다. 하루 아침에 반쪽 난 401K(은퇴연금)계좌를 들여다 보면서 정부의 무력함을 알게 됐고 환율이 요동치고 주식이 폭락하면서 제도권 투자가 파탄의 위험에 수시로 노출돼 있다는 것도 실감했다.

바로 얼마전 일이다. 원유와 곡물 원자재 식료품 가격이 투기세력에 얼마나 휘둘렸는지 그 취약한 미국의 경제를 여실히 목격하기도 했다. 또 대다수의 월스트리트 금융 상품은 엘리트들이 만들어낸 반고의적인 사기 작품이었다는 것도 모두 드러났다.

이런 문제 투성이의 경제 위기를 정부는 채권이라는 국가의 빚을 양산하면서 '재정지출=경기활성화'로 돌파하는 중이다.

공공투자는 그렇다쳐도 국민 개개인의 빚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다시 세금환급을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3분의 2에 해당하는 소비 경제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소비하지 않으면 국가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소비하면 개인경제가 파산하는게 더 큰 문제다. 이 풀수 없는 문제를 두고 누구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않다. 정부도 언론도 선뜻 소비를 줄이란 말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나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개인과 국가간 대결구도인 상황이라면 나는 소비와 결별하고 절약의 미덕을 추구하는 쪽을 택하겠다.

미국은 소비의 천국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모두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써야)'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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