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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별난 '부자관'···미국인 '누구나 부자될 수 있다' 믿음

조롱은 해도 '타도' 외치지는 않아
요즘 월가 '금융귀족' 행태엔 분노

그런데도 오바마는 선거에서 이겼다. 이는 근래들어 처음으로 미국인 대다수가 소득 재분배를 위해 부자들에게 필요하다면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데 찬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부자들을 죽이고 싶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분노보다는 부자 조롱하기를 즐겼을 뿐이다.

◇조롱하지만 부유층에 분노 없어

미국에선 ‘부자를 조롱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지속되는 문화 DNA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 대중이 혁명을 일으킬 만큼 부자에 대해 분노한 적은 거의 없었다. 부자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규칙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의심이 짙어질 때만 그런 일이 생겼다.

금융설계 안내서를 쓴 리 아이젠버그는 미국에서는 부유층에 대한 분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분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부자들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은 차 올랐다가 기울기를 반복했다. 특히 1890년대와 1930년대 농민과 노동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시기의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볼 때 대다수 미국인은 계급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려 했다. 특히 미국과 부의 수준이 비슷한 유럽국가에 비교하면 그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유럽처럼 노동계층이 희열을 느끼며 격분하는 것을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는 소득과 부의 분배에 영향을 주는 정책에 대한 불만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느끼는 부자들에 대한 분노를 말한다.

거부 도널드 트럼프의 볼썽사나운 행각도 대중에게 ‘부자 타도!’를 외칠 만한 공분을 불러오지 않았다.

기독교 성서에는 가난한 사람은 늘 있게 마련이고 부자는 한낮의 태양 아래 연약한 꽃처럼 시든다고 적혀 있다.

첫 예언(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니: 마가복음 14장 7절)은 실제로 입증됐다. 그러나 둘째 부분(해가 돋고 뜨거운 바람이 불어 풀을 말리우면 꽃이 떨어져 그 모양의 아름다움이 없어지나니 부한 자도 이와 같이 쇠잔하리라: 야고보서 1장 11절)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부자 죄인(malefactors of great wealth)’의 응보를 경고한 1907년의 금융 공황 때도 실현되지 않았다.

1990년에는 닉슨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낸 케빈 필립스가 미국인들이 “1980년대 호시절의 혜택을 누린 부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봉기하리라고 예언했지만 그런 일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세습귀족 없는 것이 이유

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상충되는 태도는 국가적인 문화에 깊숙이 배어 있다.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최초의 유럽인들은 운명 예정론의 엄격한 교리를 가진 칼뱅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내면에서 얻은 은총을 입증해 주는 외면의 징표를 갈구했다. 그런 특징이 천국에 가도록 자신이 선택된 것을 의미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세속적인 부였다. 부는 하느님의 은혜를 입었다는 소중한 척도였다.

미국 사회의 또 다른 특징은 토지를 소유한 귀족층이 없었다는 점이다. 세습 상류계급이 없었기에 미국인들은 거울을 보며 스스로 이렇게 물었다.

많은 미국인들이 ‘나라고 안 될 게 뭐람’이라 외치며 누구나 부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원 대다수와 저소득층도 공화당원과 부자들처럼 가난에서 시작해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는 일이 지금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자신도 부자가 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세상을 뒤바꾸는 혁명을 생각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미국의 부자들은 중간에 걸림돌이 되는 귀족 계급이 없었기 때문에 돈을 어떻게든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부는 호사스러운 삶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부가 주는 혜택은 그것만이 아니다.

애스터 가문과 밴더빌트 가문엔 사회적 힘을, 록펠러와 케네디 가문엔 정치적 영향력을 주었으며, 카네기 같은 사람에게는 고매한 박애주의 운동을 펼칠 능력을 주었다.

더 가까운 최근엔 부가 수퍼모델과 데이트하는 데 필요한 열쇠로 등장했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미국에서 ‘사업가’에 대한 숭배가 심하다.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 클로디아 골딘은 “미국에서 규칙은 자력으로 정직하게 부를 일구면 존경받고 부러움을 산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의 할인매장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보여줬듯이 지금도 팬티호스 한 장의 가격에서 10센트를 할인해주는 별것 아닌 사업에서도 막대한 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빌 게이츠와 그 후계자들이 보여주었듯이 컴퓨터 센터에서 밤늦도록 노력하는 데서도 부를 쌓을 수 있다.

◇월가에 분노하는 국민들

하지만 미국인들의 별난 부자관도 금융위기 앞에서는 바뀌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경제파국을 가져 온 장본인들이 월가의 금융인들이라고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

실제 11일에는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8명의 대형은행 CEO들이 워싱턴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와 의원들로부터 난타를 당했다.

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공적자금을 가장 많이 받은 대형은행의 CEO에 ‘금융위기를 초래한 CEO들이 천문학적 보수를 받을 수 있느냐”며 질책했다.

마이클 카푸이노 의원(민주당)은 “국민들은 더 이상 당신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제위기와 함께 천문학적 보너스를 받으며 금융귀족으로 불리던 월가의 부자들이 국민적 분노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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