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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나친 기대·비관 안돼···정부 조치 믿고 따라야

최운화/커먼웰스 은행장

뭔가 허둥대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례적으로 순회연설까지 하면서 ‘지금 당장’ 처리해야한다는 경기부양안이나 새로 재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겨온 가이트너의 금융구제안 제2판이나 공통된 주제는 긴급성이다.

그 중에서 금융분야 쪽을 보면 제1차 금융구제안의 반이 집행되고 나서의 중간평가는 낙제점을 받았기에 제2차 금융구제안은 반드시 성공해야한다는 절박감이 더 할 수 밖에 없다.

내용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는 다시 금융기관에게 자본을 늘려주겠는데 이번에는 수혜은행들에게 더 강하고 직접적인 대출유도를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비자금융과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이와 관련된 유동화채권 구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고 세째는 은행권에 쌓여있는 부실채권을 구입하기 위해 민관합동의 은행을 설립하는 안이다.

모두 일반인들이 이해키 어려운 내용들이고 도대체 이들 안이 통과되면 내게는 어떤 효과가 올 지 판단이 안된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어떤 생각으로 지금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지를 알아야한다.

정부 생각은 금융계가 심각하게 고장난 사실에서 지금 경제문제의 원인을 짚고 있다. 경제의 생산과 소비활동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데 금융권의 마비로 막혔다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는 돈이 있어야 돌아간다. 그런데 이 돈은 내 수중에 있는 돈과 내가 빌려쓸 수 있는 융자를 포함한다. 미국은 이 둘 중에서 융자를 통해 쓰는 돈이 많은 국가다. 그런데 금융권이 고장나 대출이 안되니 시중에 돈이 안돌고 그러니 생산과 소비가 막힐 수 밖에 없다.

금융권이 고장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악성 대출 때문이다. 이 악성대출 때문에 금융권은 천문학적 손실이 나고 있고 이로 인해 추가 증자도 안되고 은행의 자금줄인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되지 않는다.

자본투자자나 채권투자자가 돈을 은행권에 넣지 않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손실도 문제지만 앞으로도 얼마나 더 악성대출이 나올지 모르는 불안 때문이다.

이상이 연방은행과 재무부가 진단한 현 금융계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해결책은 금융권에 대한 자본투자와 채권구입을 다시 정상화시키기 위해 불안요인을 제거해줘야하고 이 불안요인이 제거될 때까지는 정부가 자금원이 되겠다는 정책방향이 나오는 것이다.

우선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금융권의 악성대출을 사주거나 아니면 최저가격보장을 통해 금융기관의 최대가능손실이 얼마인지 확실히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 안이 민관합동은행을 설립해 부실채권을 구입해주는 안의 취지다.

지난 해 1차 금융구제안 때도 악성대출채권을 사주는 안이 있었으나 실무상의 어려움으로 접고, 대신 금융기관의 자본을 늘려주는 대안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패여서 이제 다시 악성대출 구입 내지는 보장안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불안이 제거될 때까지 자금을 돌아가게 해주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에게 자본을 늘려주고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을 정부가 사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금융이 돌아가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해봐야 안다’이다. 지난 1년 이상 여러 정책을 썼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성공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이 잘못되어서 그럴 수도 있고, 문제가 워낙 깊어 그 정도로는 안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잘될지 안될지 확신할 수가 없다. 문제의 원인인 금융계가 이럴진데 더 큰 관심인 언제쯤 실물경제 즉 소비가 늘고 고용이 살아날지는 더 불확실하다. 답답한 전망이고 정부도 답답해한다. 그래서 제2차 금융구제안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전망으로는 이번 금융구제안과 정부의 경기부양안이 같이 맞물려 시행되면서 금융권이 돌아가고 그 이후 경제가 숨을 쉬기 시작하려면 상당한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냥 세월만 가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고 비관도 해선 안되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그리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현재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노력을 하다보면 양대 정책의 빛이 쏟아지는 날은 분명히 올 것이다. 정부의 금융구제안과 경기부양책을 믿고 따라야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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