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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잘나가던 서른여섯 '싱글라이프' 무너지다

과속스캔들

아이돌 스타 남현수(차태현). 두번째 앨범이 실패하는 바람에 고생도 했으나 라디오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의 스타 DJ로 재기했다.

▷상영: 엠파크 4
▷등급: PG-13


서른 여섯. 인기도 있고 삶은 럭셔리하고 여자들과 은밀한 관계도 즐겁다.

곧 깨질 남현수의 럭셔리한 삶을 보여주는 짧은 도입부는 아마도 '과속스캔들'에서 가장 지루하다. 남현수라는 캐릭터와 차태현은 혼자 있으면 재미없다.

미혼모의 사연을 보내오던 애청자 황정남(박보영)이 여섯살 난 아들 황기동(왕석현)을 데리고 나타나 "내가 딸"이라고 선언하고 남현수의 럭셔리 인생에 끼어들면서 '과속스캔들'은 웃음으로 질주한다.

남현수라는 캐릭터는 황정남과 황기동이 있을 때 빛나고 차태현은 박보영과 왕석현과 함께 할 때 빛난다.

세 사람은 짧게 치고 받는 대사부터 표정 연기까지 멋진 세트 플레이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황정남과 황기동의 캐릭터는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스크린을 장악한다. 여기에 비하면 남현수의 캐릭터는 관객 장악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 부분에서 차태현은 성숙함을 드러낸다. 신인인 박보영과 왕석현에 비하면 베터랑임에도 자신의 캐릭터에 충실한다.

튀려고 애쓰다 영화를 망치지 않는다. '과속스캔들'의 성공엔 참을 줄 아는 차태현이 있다. 차태현이 반 발짝 뒤에 서있어 황정남과 황기동이 산다.

코미디영화의 첫번째 덕목을 웃음이라 한다면 '과속스캔들'은 참 착한 영화다. 강형철 감독은 첫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솜씨를 보여준다.

그것도 신인 황정남과 아역배우를 데리고. 캐릭터를 명확하게 잡아낸다. 잽처럼 주고 받는 짧은 대사가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드라마 요소를 넣어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 가벼운 웃음은 아버지와 딸의 무거운 감정격돌로 변하고 긴장감이 고조되면 노래로 풀어준다.

'과속스캔들'엔 웃음과 감동이 군더더기 없이 리드미컬하게 흐른다. 강 감독은 관객을 움직이려면 어느 대목에 어떤 것을 넣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남현수가 14세에 황정남을 낳고 황정남이 16세에 황기동을 낳았다…. '과속스캔들'은 분명 코미디 장르 안에 있다. 웃음 속의 감동이 먹먹할 정도까진 못된다. 하지만 이만큼 완성도가 높고 캐릭터가 명료하고 웃음을 주는 코미디영화는 많지 않다.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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