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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 엘리트'는 국가 CEO로 길러진다···오바마, 안보·정보 라인에 별들을 발탁한 까닭

중령까지 한국 장교와 비슷한 길
영관급 때 고품질 전문교육 실시
장군 되면 정보력·업무능력 격차

16개 정보기관을 총괄 지휘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는 데니스 블레어 전 태평양사령관이 발탁됐다. 보훈장관에는 에릭 신세키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에선 군 출신을 중용한다. 군 출신의 대(大)전략가와 국가 최고경영자(CEO)들이 적지않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 사회에서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장관급 자리에 군 출신을 가급적 배제하는 것과 크게 차이 난다. 왜 그럴까. 미국 장군이 한국 장군보다 더 똑똑하기 때문일까.

국가안보보좌관이 된 예비역 해병 대장 존스는 직업군인 출신이지만 중동 지역과 에너지 문제에 정통하다. 그에 필적할 민간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웨스트윙에 사무실을 갖고 안보정책을 입안하는 중요한 자리다.

국가안보위원회(NSC)와 대통령에게 안보 전략과 유사시 대응 방안을 조언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조지 W 부시 시절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스티븐 하들리가 로널드 레이건 시절엔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리처드 닉슨 시절엔 헨리 키신저가 각각 맡았다.

존스는 국제 문제를 보는 안목과 상황 판단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6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소대장과 중대장으로 참전했다. 91년 걸프전에선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전에 참가했다. 92년 보스니아 전쟁에선 참모로서 작전을 짰다.

야전 경험뿐이 아니다. 소령 때는 미 상원의 해병 연락장교로 일했다. 당시 직속 상관이 지난해 대선 때 공화당 후보로 나선 존 매케인 해군 대령(현재 상원의원)이었다.

존스 아프간 정세 브리핑

존스가 오바마 대통령의 눈에 든 대목은 2003년 유럽사령관(EUCOM)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군 총사령관(SACEUR)의 경력부터다. 미국의 유럽사령부는 유럽.아프리카.중동에 걸친 93개 나라에서 미 국익을 챙기는 지역사령부다.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도 다양하다.

비전투 상황에서의 주민 소개작전 인명구조와 관련된 긴급작전을 비롯해 유사시 나토 유럽연합군에 전투력을 제공하고 정보 수집 경호 지원까지 챙긴다. 정규전은 물론 인권.구호.자연재해.마약.테러.대량살상무기 등 온갖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라크.아프간에서 수차례 근무한 존스는 중동 지역과 이라크에서의 특수작전에 일가견이 있다. 그 덕택에 존스는 예편 후 미 상공회의소의 21세기에너지연구소 소장 겸 회장을 맡았다. 민간에서도 중동.에너지 전문가로 인정받은 것이다.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2006년 존스를 국무차관으로 쓰기 위해 두 번이나 러브콜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라이스는 2007년 그를 중동안보특사로 지명했다. 오바마와의 인연도 이때 만들어졌다. 존스는 대선 과정에서 아프간을 방문하려던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아프간 관련 브리핑을 했다.

해군대장 출신이 정보 총괄

오바마가 존스를 선택한 것은 최대 현안인 중동.에너지 문제에 정통하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오바마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은 바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라크.아프간의 정세 안정이다.

예비역 해군 대장인 데니스 블레어 전 태평양사령관(1999~2002)을 DNI 국장에 임명한 것도 검증된 군인을 선택한 결과다. 사실 블레어는 태평양사령관 시절 상부 지시를 잘못 처리해 문제가 된 흠이 있었다. 당시 블레어는 인도네시아군으로부터 동티모르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메시지를 인도네시아에 전달하라는 미국 정부의 지시를 수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동티모르 주민이 인도네시아군에 의해 희생됐다. 또 중국 해안에 대한 정찰을 강화하는 바람에 하이난다오(海南島)에 미 정찰기가 억류돼 미.중 갈등을 초래했다.

블레어는 워싱턴 정가에서 '영리한 사람(smart thinker)'으로 소문나 있다. 그는 지적이면서 지독한 일벌레다. 해사 출신인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러시아어와 역사를 공부해 러시아어를 구사한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근무할 때는 이지스함인 미사일 탑재 구축함장을 지냈고 하와이에서는 키티호크 항공모함 전투단장을 거쳤다. 그러면서 한국과는 수시로 연합훈련을 함께해 북한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키티호크 항모전투단은 알래스카 부근에서 인도양까지를 오가면서 경계활동을 벌였다.

블레어는 또 태평양사령관 경력을 갖고 있다. 태평양.인도양 남.북극을 포함한 전 지구의 52%에 해당하는 면적(1억6900만㎢)의 안보를 담당했다. 이 지역에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호주.태국과 같은 중요한 우방이 있고 북한.파키스탄 같은 '문제 국가'도 존재한다.

오바마는 블레어가 갖고 있는 이 지역의 인맥과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작정이다. 그는 전역 후 안보정책을 분석.종합하는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IDA) 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보훈장관에 내정된 에릭 신세키 전 육군참모총장은 2003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쓴소리를 했다가 전역한 인물이다.

일본계 미국인이지만 미 육사인 웨스트포인트를 나온 신세키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기획할 당시 상원 청문회에서 "(전쟁을 하려면) 수십만 명의 병력이 더 필요하다"고 발언했다가 럼즈펠드의 미움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 '할 말을 한 군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군 출신으로 고위직에 오른 인물은 전문가 집단과 전쟁영웅의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블레어 DNI 국장과 함께 부시 행정부 시절의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 알렉산더 헤이그 전 국무장관은 전문가 집단에 해당된다. 현역 공군 대장으로 CIA 국장에 임명됐던 헤이든은 5년 동안 국가안보국(NSA) 국장을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소장 시절엔 서울 용산에 있는 유엔사령부 부참모장으로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을 주도해 북한과의 대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냈다. 육군 대장 출신의 헤이그는 냉전 시대인 70년대에 유럽사령관 나토 총사령관을 거치면서 외교적인 수완을 발휘했다.

미국인들은 전쟁 영웅을 사랑한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91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어 국민적인 영웅이 됐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도 해리 트루먼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다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는 해임 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전역했다. 그는 한국전에 참전한 중공군을 물리치기 위해 '중국을 원자폭탄으로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확전하지 말라'는 트루먼의 지시를 무시했다.

전쟁영웅 아이크는 대통령

전쟁 영웅 가운데 대통령이 된 인물도 적지 않다. 미국 독립전쟁을 주도한 조지 워싱턴 장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게 남북전쟁의 승리를 안겨준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 제2차 세계대전 때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이 있다.

미국이 군 출신을 중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군인들의 헌신과 희생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국가를 세웠고 수많은 해외 전쟁을 하면서 유일 패권국가가 됐다.

둘째 이유는 장교로서 군에 몸담는 동안 능력을 양성하고 검증받기 때문이다. 30여 년의 군 생활을 통해 이들은 전략가.전문가의 면모를 갖춘다. 여기에다 군 부패가 드물기 때문에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미군은 전 세계를 상대로 어디에선가 항상 전쟁을 수행해 왔다. 그 과정을 통해 세계 최강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실전 경험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스 보좌관은 이라크.아프간에서 직접 작전을 수행했다. 블레어 국장은 태평양사령관 때인 1999년 연평해전 직후 북한의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전력을 동원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미군들은 중령 때까지 한국군 장교와 비슷한 길을 걷다가 대령-장군으로 올라가면서 판단력과 업무 능력 정보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게 한미연합사에 근무했던 장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런 만큼 전역 후 관료.학자 집단에 뒤떨어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할 공간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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