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웰컴 투 허드슨 리버’
한동신/오픈워크 대표
3시 28분 뉴저지주 근처 작은 공항에 비상 착륙하려다 기체 추진력 잃고 하강, 고도 2600피트 브롱스 상공에서 왼쪽으로 유턴, 강물 위 불시착 시도. 3시 31분 맨해튼 상공 지나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 비행기 동체 남쪽으로 흘러가며 강물 속에 잠기기 시작. 5시 50분 탑승자 155명 전원구조 완료.
‘허드슨 강의 기적’은 첼시 셀렌버거 기장과 승무원, 승객 155명 전원이 함께 만든 감동의 드라마 그 자체다.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직후 양쪽 엔진에 빨려 들어간 새떼로 엔진이 멈추자 승객들에게 비상착륙할 것임을 알린 뒤 강물 위 비상 동체착륙을 한 셀렌버거 기장과 탑승한 전원 155명이 구조되는 이 드라마의 해피 엔딩에 우리들도 목이 메었다.
뉴욕 허드슨 강변에서 일어난 1시간 25분짜리 ‘허드슨 강의 기적’은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타리다. 이륙하자마자 새떼와 부딪힌 비행기가 허드슨 강위에 빠진 이 사태를 저승에 있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보고 있다면 뭐라 할까. 마침내 자신이 만든 영화 ‘새’를 능가할 작품이 탄생했다며 눈을 껌뻑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비행기로 시작돼 구조완료까지 이 과정을 바라 보는 시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모두 ‘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맞다. 분명히 우리는 기적을 목격했다. 허드슨 강에서 일어난 기적이었기에 뉴욕시민들에게는 생생한 현장감이 더 해진다.
절묘한 타이밍이 전제되는 사건이 ‘기적’이라면 ‘허드슨 강의 기적’은 우리에게 일어난 기적이다. 이번 사고에서 구조되는 사람들을 지켜 보면서 한결같이 ‘기적’이라며 입을 모으는 우리 마음엔 아직도 기적을 믿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조종사의 민첩한 대응, 뉴욕시정부측의 발빠른 움직임 등 모든 것이 다 감동이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경제난국 때문일까. 구조 사다리에 한 사람, 한 사람 오를 때마다 마치 내가 구조되는 듯 기뻤다.
마치 내가 155명 탑승자 가운데 한 명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허드슨 강변의 기적은 곧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뉴욕에, 그리고 내게도 일어날 것만 같은 희망으로 이어졌다.
살을 에는 추위에 온기없는 방에 앉아 먼지만 풀풀나는 호주머니를 뒤집으며 ‘봄이 오면 뭘해’로 투덜거리던 우리가 ‘기적은 있다’고 스스로 말해 버렸다. 기적을 믿고 바라던 내 마음이 질러 버린 가장 정직한 외침이었다.
절망 밖에 남지 않았던 우리들에게 40년 경력의 노장 조종사 셀렌버거는 기적을 만드는 노하우가 다름아닌 바로 정직한 마음이라고 일깨워 주었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자신에게 정직할 때 기적이 일어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꽤 오래 전에 읽었지만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글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려 했던 여행자가 갑자기 비행기에 생긴 일정 변화로 네덜란드에 도착한다. 끝없이 투덜대며 네덜란드를 돌아 다니던 그는 네덜란드는 이탈리와는 그저 다른 나라 일 뿐, 네덜란드 나름의 색깔을 지닌 멋진 나라라는 ‘웰 컴 투 홀랜드(Welcom to Holland)’. 장애인 가족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에밀리 펄 킹슬리의 글이다.
목적지 대신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유에스 에어웨이는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기적의 비행기로 기억될 것이다. 웰 컴 투 허드슨 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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