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과테말라 '구호현장'을 가다-1] 커피 향기에 묻힌 가난…13세 소녀 마리아의 일상

6명 식구 한달 꼬박 일해도 도시 근로자 최저임금 수준
초등학교 졸업률 20% 안돼 '빈곤 둘레' 끊을 건 공부뿐


아까테낭고 산골마을에 사는 마리아(13)는 매일 아침 5시 30분까지 일어난다.

커피농장이 있는 산골짜기까지 가려면 부지런히 챙겨야 한다. 커피농장까지는 걸어서 1시간.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일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일 나가는 동생들도 깨워서 준비시켜야 하고 어머니를 도와 점심 도시락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커피 열매를 따는 마리아.
먼지가 이는 비포장 도로로 접어들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총총 걸음을 하고 있다. 커피 농장으로 가는 노동자의 행렬이다.

바구니를 머리에 인 아주머니 어깨에 보자기를 걸터 맨 아이들. 걷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큰 아이들이 업고 뒤를 따른다. 건장한 청년이나 아저씨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마리아 식구들은 어제와 달리 새로 할당받은 지역에 도착했다. 수확 시기가 조금씩 달라 매일 구역을 이동한다.

마리아는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너무 썩은 열매를 담지 않고 빠르게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며 따야 한다.

무게를 달기 위해 커피 포대를 옮기고 있는 한 아이.
바구니에 가득 담기면 큰 도로로 가서 비운 뒤 다시 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새 하늘 중천엔 해가 뜨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오후 1시가 되자 낮게 깔린 혼(horn)이 울린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소리다. 마리아는 길바닥에 모닥불을 피운다. 과테말라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간식 또르띠아(Tortilla)를 굽기 위해서이다.

오후 2시가 되자 마리아와 동생들은 오전에 땄던 커피 열매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홍조빛이 도는 빨간 열매일수록 상급품에 속한다. 주로 미국의 커피 대기업에 수출된다. 내수용으로 싼 값에 팔리는 설익은 열매를 따로 골라 분류하는 작업이다.

마리아 가족이 딴 분량은 자루 2자루. 얼추 15 파운드가 돼 보인다. 파운드당 50센트면 7달러. 6명 식구가 한달간 일한다 해도 210달러.

도시 근로자 1명의 최저 임금 수준 230달러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오후 2시 50분. 관리인 아저씨가 다시 한 번 힘차게 혼을 분다.

커피를 운반할 차량이 오기 때문에 사람들의 손놀림이 더욱 분주해진다.

3시에 맞추어 커피 운반 차량이 들어왔다. 매일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커피 운반 차량에 커피 자루를 인계하면 오늘 작업은 끝이 난다.

마리아는 땔감 나무를 머리에 이고 집으로 향한다. 고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힘들긴 하지만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커피 농장 아이들 가운데는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 시내엔 가보지 못했어요. 그곳 생활이 어떨지 궁금해요."

마야 문명을 일군 인디오의 후예 마리아의 하루는 그렇게 저문다. 아까테낭고에는 고등학교가 없기 때문에 마리아가 중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이곳에 남을 확률이 높다.

타도시로 유학을 보낼 만큼 넉넉치 않고 아직 여기서는 마리아의 노동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박성락 굿네이버스 과테말라 지부장은 "높은 문맹률이 빈곤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라며 "도시로 가서 일거리를 찾으려 해도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한 일용직 노동자에 머물게 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높은 생활 물가에 파묻혀 도시 빈민층으로 쉽게 전락되고 만다.

박성락 지부장은 "아까테낭고에서 구호사업을 '어린이 도서관' 운영에 역점을 두고있다"이라며 "책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을 익히게 돼 문맹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어린이 도서관 운영은 아까테낭고 16개 초등학교와 1개 중학교에 각각 책 100권 씩을 제공하고 1~2주 뒤에 서로 바뀌 보는 방식이다.

굿네이버스는 이외에도 학교 지원사업과 도시 빈민 사역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

이곳 커피농장에 오기 전까지 커피 원두가 빨간색인 줄 미처 몰랐다. 잘 구운 고동 빛깔의 커피 원두를 봐온 탓일까.

석유 이외에 가장 물동량이 많은 커피가 가장 높은 고부가 원자재란 사실도 이번을 통해 알게 됐다.

무엇보다 놀란 건 빨간 커피콩을 따는 아이들의 손이 흙보다 검고 그 속에 지치도록 일하는 그들의 웃음이 커피향기보다 진한 내음을 풍긴다는 사실이다.

■ 아동결연을 원하시면

굿네이버스 USA (213) 405-5363로 전화하거나 기본 정보(영문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를 적어 이메일 또는 팩스로 보내면 된다.

▷이메일: gnusa@gnusa.org, 팩스: (213) 405-5364

〈과테말라=최상태 기자〉stchoi@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