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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구호현장'을 가다-3] '꼬모 에스 따~' 세상을 '지고' 가기엔 너무 어린 천사들

5살 마르삔 척추 이상·2살 막내는 짝짝이 발

마르삔(5)은 영락없는 개구장이 소년이다. 마르삔이 사는 곳은 파띠시아. 과테말라 시티로부터 한시간 30분 거리. 도시와 산골마을의 중간쯤 되는 지역이다.

양철 대문을 밀고 들어가 입구에 있는 마굿간을 지나면 다섯 세대가 빼곡이 몰려있다. 한 세대라고 해봐야 방 한칸이다. 닭 오리들이 제맘대로 넘나든다. 옆 방을 보니 낡은 침대 옆 흙바닥을 닭들이 뒹굴고 있다.

말똥과 닭똥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 한 칸 짜리 집에서 엄마 올라리아(23)와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마르삔은 연신 바깥과 집을 넘나든다.

여동생인 엘사(4)와 이르마(2)에게 연신 장난을 걸고는 밖으로 사라진다. 참 오랜만에 손님이 온 까닭이란다.



마르삔은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지고' 가야 한다. 갈수록 허리가 굽어지는 병이다.

스피나 비피다(Spina bifida). 번역하면 '이분척추'라고 부른다. 태어난 직후 운좋게 과테말라에 있는 한 어린이 재단과 연결돼 무료 수술을 받았다.

이 도움이 없었다면 마르삔은 벌써 죽은 목숨일 거라고 엄마가 말한다. 병원비는 가족들이 도저히 댈 수 없는 거액이었다. 2100 께찰(약 300달러).

마르삔의 아빠 로페스가 한달간 일용직 소작농 등으로 일해서 버는 돈은 1000께찰(150달러). 그것도 가장 많이 벌 때 기준이다. 요즘엔 일거리가 줄어 그나마 수입도 들쭉날쭉 하다. 렌트비도 꽤 밀렸다고 했다.

수술 후 괜찮은 줄 알았던 마르삔이 요즘 들어와 부쩍 두통을 호소한단다. 토하는 일도 잦다. (LA로 돌아와 척추전문의에게 물으니 두통이 있거나 토하는 증세가 있을 경우 척추내 뇌막이 감염됐거나 뇌압이 높아 위험하다고 했다. 정밀한 검진이 시급하다는 소견이다.)

5년전 찍은 X-레이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마르삔 엄마가 침대에 누운 막내 이르마(2)를 가리킨다.

이르마는 '짝짝이 발'이다. 대충 눈으로 봐도 왼발 길이가 오른발 길이보다 손가락 한마디가 짧다. 아직 어려서 걸어도 별 표시가 나지 않지만 이대로 두면 절름발이가 된다고 한다.

마르삔과 이르마는 과테말라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빈부 격차를 그대로 보여준다. 과테말라의 의료비와 공산품 가격은 미국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최저 임금은 200달러(약 1450께찰)에 불과해 중산층도 마켓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별로 없다.

2004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4155달러이고 상위 10%가 국민 전체 소득의 47%를 차지하는 이 나라는 그래서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 중의 하나로 꼽힌다.

굿네이버스와 같은 국제 구호기관이 이 나라의 교육 사업과 보건소 사업에 치중하는 이유도 이런 불균형 때문이다. 국민의 67.3%가 문맹률에 속할 만큼 높아 다른 직업을 선택할 기회가 아예 없다.

마르삔의 아빠와 엄마도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른다.

"우린 교육을 못받아서 이렇게 살고 있지만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나 의사가 되면 좋겠지만 어느 직업에서나 인정 받은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알아요."

스물 세살의 엄마 목소리는 거의 호소에 가깝다. 2시간에 걸친 취재가 끝나고 인디오가 사는 산골마을을 가기 위해 자리를 일어섰다.

밖에 나오니 마르삔과 엘사가 흙 바닥에서 장난을 치고 논다. 마르삔이 남자 아이지만 허리에 힘을 못주는 탓에 엘사에게 번번히 나가 떨어진다.

밝디 밝은 얼굴엔 슬픔이라곤 한 점 없다. 곱사등이가 될 수도 어쩌면 생명이 위태할 수도 있는 예정된 운명을 다섯 살 소년이 알 턱이 없을 것이다. 침대에 계속 앉아있던 이르마가 문턱에서 손을 흔든다. 아이의 웃음이 '소리없는 외침'이 되어 귓전을 때린다.

"나도 똑바로 걷고 싶어요."

과테말라=최상태 기자st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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