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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구호현장'을 가다-2] 집이라 하기엔…양철에 산다

아빠가 버린 '고아' 밀드레드, 사촌 돌보느라 학교도 못 가
꿈조차 꿀 수 없는 빈곤 아이들, 교육조차 받지 않아 가난 '대물림'

과테말라 시티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는 ‘쏘나(Zona) 21’이라는 곳이다. 우리 말로 21구역이라 불리는 곳이다.

쏘나 21은 해발 1500미터인 과테말라 시티에서 수백 미터 아래인 저지대에 위치해 있다. 연간 강수량이 1316mm인 이곳은 우기 때가 되면 물난리를 연례행사처럼 치른다.

쏘나 21에서도 더 낮은 곳으로 가면 양철집 지붕의 거대한 물결을 보게 된다.

양철집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건축물 중의 하나다. 네 개의 나무 기둥을 세우고 얼기설기 양철을 붙이면 집이 된다.

집의 역할로 따져보면 양철집은 ‘나쁜’ 집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숨 막힐 듯이 덥고, 겨울에는 한 줌의 온기조차 보호하지 못한다.

비가 내릴 때는 양철지붕을 내리치는 따가운 소리로 귀가 얼얼할 정도다.

‘양철집 소녀’ 밀드레드(8)는 사실상 고아다. 엄마는 4년 전 돌아가셨고 아빠는 미국으로 돈벌러 간 뒤로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던 밀드레드는 8개월 전 외삼촌 양철집으로 옮겨왔다. 두 살난 사촌동생 깨냐를 돌보기 위해서다. (외삼촌은 밀드레드 아빠가 새 살림을 차렸다고 귀뜸한다.)

외삼촌과 이모는 둘다 일용직 맞벌이 부부다.

밀드레드의 임무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깨냐를 돌보는 것이다.
학교에 갈 나이지만 밀드레드는 사촌동생을 돌보느라 집에 남아야 한다. 그저 이웃 아이들이 총총 학교에 가는 모습만 바라볼 뿐이다.

외삼촌은 “밀드레드를 학교에 보낼 순 있지만 책도 사줘야 하고 학용품도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는 공립으로 학비가 들지 않는다.

밀드레드가 하루종일 있어야 하는 양철집은 가로 5미터 세로 5미터의 흙바닥 집이다.

집안에는 벼룩이 들끓는 낡아빠진 침대 2개가 놓여있고, 프로판 개스통에 연결된 개스렌지, 아직 씻지 않은 그릇들이 아무렇게나 포개져 있다.

흙바닥에서 양말도 신지 않은 소녀는 때가 묻어 시꺼먼 인형 하나를 주어든다. 즐거움을 주는 유일한 장난감이다.

주위엔 책, 아니 종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거울 조차 없다.

밀드레드는 가방을 메고 학교가는 이웃 친구들이 가장 부럽다고 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도 만나고 마음껏 이야기도 할 수 있는데…” 라며 말끝을 흐린다.

8살 소녀는 “그래도 시골보다 좋아요. 이곳엔 모든 게 있어요. 모든게”라며 목소리가 다시 밝아진다.

갑자기 울컥해진다. 무엇이 다 있단 말인가.

오늘은 햇볕이 뜨겁지 않은 날씨인데도 한 시간이 지나자 양철집 안이 몹시 더워졌다. 한여름 날씨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양철지붕 아래 바람막이 천이 떨어져 새벽이면 몹시 쌀쌀하다.

함께 간 굿네이버스 직원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냈다.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보지 못한 밀드레드는 움켜쥔 선물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포장지를 뜯자 이제껏 변화가 없던 밀드레드의 얼굴이 환해진다. 평소 갖고 싶었던 인형과 옷을 선물 받은 것이다.

밀드레드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런 것 없다고 했다.

주변에서 거든다. 듣고 보는 게 있어야 꿈도 꿀 수 있다고.

일용직 날품 아저씨와 또르띠아를 팔러 다니는 아줌마들이 대부분인 ‘양철집’ 마을.

이곳 아이들은 자신도 앞으로 동네 어른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할 뿐이다.

지독한 가난에 내팽개쳐 있는 아이들은 꿈이 없다.

밀드레드가 사는 곳에서 10분 거리에 공립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라고 해봐야 양철로 이은 가건물 수준. 바닥은 그나마 시멘트가 깔려 있지만 한쪽 벽들은 뻥뚤려 있다.

이 학교의 4개 교실에서 올해 42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들었다. 내년 봄 학기에 벌써 45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옆쪽의 언덕이다. 비가 많이 내리면 언제라도 무너져 내릴 수 있어 지지 공사를 하지 않으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

박성락 굿네이버스 과테말라 지부장은 “언덕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공사를 하는데 7000~8000 달러가 든다.

이곳 커뮤니티 리더들을 만나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거나 노동력을 제공받는 등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이어 “교육을 받는게 빈곤을 탈출 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최근 커뮤니티 지도자들도 열의를 갖고 추진하고 있어 교육부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아동결연을 원하시면

굿네이버스 USA (213) 405-5363로 전화하거나 기본 정보(영문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를 적어 이메일 또는 팩스로 보내면 된다.
▷이메일: gnusa@gnusa.org, 팩스: (213) 405-5364

■ 아동 결연 후원은

아동결연 신청을 하게 되면 기사에 나온 과테말라의 어린이들과 1대 1 결연이 된다. 아동 1인당 월 35불의 후원금은 교육비, 학용품비로 사용되어 아동이 지속적으로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어린이가 반드시 받아야 할 백신 접종과 보건소 진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후원자가 되신 후에는 3~4주 안에 후원 아동의 사진과 소개서를 받게 되고 서신교환도 가능하다. 또 매년 한번씩 아동의 성장 리포트와 사진, 지역사회 보고서를 받게 된다.

<과테말라=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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