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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는 경제 위기] 커스텀 주얼리 디자이너 최승혜씨

인파 넘쳐나던 할러데이 마켓, 올해는 눈요기 고객만 드문드문

“지난 해에는 한 번에 몇 백불씩 내고 주얼리 8∼10개씩 사가는 고객들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그런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맨해튼 브로드웨이와 59스트릿이 만나는 컬럼버스 서클의 할러데이 마켓에서 커스텀 주얼리를 팔고 있는 디자이너 최승혜(미국명 레지나 최·29·사진)씨의 하소연이다.

“정말 예쁘고 값이 아주 싸야만 겨우 한 두개 사가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가격을 깎아 달라는 주문이 많아 흥정을 하다보니 내가 말수도 무척 많아졌지요.”

최씨는 자신의 이름 ‘레지나 승혜 최’란 간판을 내건 부스에서 귀고리·목걸이·팔찌 등을 팔고 있다. 18K 금과 은을 재료로 심플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최씨의 액세서리는 40달러에서 $495달러까지 다양하다.

12월에 일시적으로 장이 서는 이 할러데이 마켓 부스에는 바람막이가 없다. 최씨는 15와트짜리 자그마한 난로 하나로 겨울 추위와 싸워야 한다. 화장실은 길 건너편 타임워터센터 빌딩을 이용하는데 한 번 다녀오려면 15분이 걸린다. “가능하면 물을 안마시고 참습니다. 정말 급할 때는 옆 상인에게 부탁하지요. 서로 부스를 봐주면서 돕습니다.”

최씨가 피부로 느끼는 경제위기는 브로드웨이 세밑 바람보다 더 차갑다. 인파로 붐벼야 할 할러데이 시즌임에도 브로드웨이가 한산하다 보니 부스를 찾는 고객의 발길도 뜸할 수 밖에. 어쩌다 부스 앞에 다가선 고객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면서 도통 지갑을 열 생각을 안한다.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최씨는 회사에 취직해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최씨는 꿈틀거리는 영감을 살리기위해 뉴욕주립 FIT에서 용접과 은세공 등을 배우며 주얼리 디자인너로 변신했다. 그리고 소호의 영디자이너스 마켓에 액세서리를 전시하며 판매하고 있다.

“내년에 경기가 좋아지기를 기대해야지요. 뉴욕에 번듯한 스토어를 내고 자체 브랜드로 한국에도 진출하고 싶습니다.”

컬럼버스 서클의 할러데이 마켓은 오는 24일까지 계속된다.

박숙희 기자 suki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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