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만 바뀐 금융사기···사기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수익률 낮춰
대형 은행·저명인사들만 가입 허용…파생상품 팔아온 월가 다를바 없어
잊을만 하면 사고가 터진다. 예전에 없던 사고도 아니다. 포장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슷하다.
지난 11일 버나드 매도프(사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이사장이 초대형 금융사기 혐의로 법망에 걸려들었다.
현재 약 500억달러로 추산은 되고 있지만 제대로 피해 규모 집계가 어려울만큼 그 규모가 큰데 피해를 입은 투자자 명단을 살펴보면 매도프의 사기 행각에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로열 뱅크오브 스코틀랜드 BNP 파리바 노무라 증권 그루포 산탄데르 등 세계 유수의 금융 기업은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의 분더킨더 재단 뉴욕 메츠 구단주 GMAC의 에즈라 머킨 회장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한생명을 포함한 금융기관들 역시 무려 9500여만달러의 손실을 입게 됐다.
규모를 생각하면 엄청난 기법의 사기 기술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간단하다.
1960년대부터 자신의 투자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나스닥 이사장까지 지낸 매도프의 사기 행각은 다단계일 뿐이다. 한국 속담에도 있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투자 기본금액이 10만달러이고 투자 수익률은 50%라고 한다면 투자자는 매년 5만달러를 투자 수익으로 받게 된다.
실로 놀라운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투자자들이 계속 몰린다면 별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 시장 붕괴로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이 필요해지면서 펀드 환매가 한꺼번에 70억달러가 몰리면서 결국 매도프의 사기 행각은 발각됐다.
이같은 수법은 1920년대 찰스 폰지가 처음으로 시도해 '폰지 게임'으로도 불린다. 매도프는 '사기'를 위장하기 위해 수익률을 연 8~10% 정도로 낮게 불러 투자자들에게 사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했으며 대형 은행 스필버그와 같은 사회 저명인사들에게만 가입을 허용했다.
매도프의 사기는 단순하지만 요즘 월스트리트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가치도 없는 자산을 섞어 금융 상품을 만들어 팔고 이 금융상품을 담보로 다시 파생 상품을 만들어 팔아 결국 파멸에 이른 월스트리트의 행태가 매도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뿐만 아니다. 얼마 전 한국 고위관리직과 연예인들이 수백명 연루된 수백억원 규모의 다단계 친목계 엊그제 뉴스에 나온 일반 가정주부들을 고수익률로 꼬여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힌 경우까지 상식을 벗어난 다단계는 사회 곳곳에 암초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즉 돈은 혈관을 흐르는 피와 다름없다. 피가 깨끗하지 못하면 결국 사람은 쓰러질 수 밖에 없다. 무한 경쟁 규제 이탈에서 벗어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판단 약자를 보호하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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