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여행객 '위험천만' 미국 실정 어두워 우범지역 방문 일쑤
강도·날치기 무방비…타인종과 충돌도
특히 무비자 시대가 되면서 과거 비자를 받아 단체 여행을 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개인별로 '소규모 관광'이 느는 것도 범죄 피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단체 관광의 경우에 우범 지역을 갈 일도 없는데다 사전에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지만 한두 명이 여행에 나설 때는 문제가 다른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안 보이는' 인종별 밀집 거주지역을 알 수 없고 막상 현장에서 타인종들과 부딪히면 당황하거나 적대시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 잦다.
최근 무비자로 LA친지를 방문한 신모(24)씨 지난 6일 오전 11시쯤 한인타운 외곽 알링턴과 피코 길 인근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가방을 메고 카메라를 든 채 거리 구경을 하던 중 20대 라틴계 남성이 갑자기 달려들어 신씨를 폭행하고 카메라를 빼앗으려 했다.
당황한 신씨는 이 남성과 몸싸움을 벌였고 다행히 이를 본 행인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신씨는 "설마 대낮에 이런일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나중에 그 지역은 사람의 왕래가 별로 없어 날치기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시 무비자로 LA여행에 나선 윤모(29)씨의 경우 현지를 제대로 체험하자는 취지에서 '시내 버스 여행'에 나섰다가 곤욕을 치렀다.
윤씨는 “다운타운을 구경하려고 나섰다가 엉뚱한 곳에 내리는 바람에 ‘죽을 뻔’ 했다”며 “카메라로 이국적인 모습과 사람들을 담고 있었는데, 머리를 민 몇몇 멕시코 젊은 애들이 다가와 무슨 말을 하길래 무시하고 피했더니, 갑자기 다가와 카메라를 보자며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금 생각하면 ‘좋은 카메라다’ 한 것을 내가 인상을 쓰며 피하니까 기분 나빴던 것 같다”며 당시 주변에 있던 나이 든 사람들이 제지해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부인과 함께 관광차 LA에 입국한 최모(35)씨.
지난 3일 오후 8시쯤 한인타운 인근의 한 공원을 걷던 중 최씨 부부에게 3명의 흑인 남성이 접근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두 사람은 정신없이 달렸다.
최씨는 “저녁 식사 후 인근 공원을 찾았는데 분위기가 한국과 너무 달랐다”며 “늦은 시간이 되도록 밖을 나가 돌아다니지 말라는 친구의 얘기가 떠올라 일단 자리를 피했지만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늘고 있는 한인 방문자에 대한 여행 안전 수칙이나 우범 지역 등 범죄 예방 관련 정보가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LAPD 관계자는 “처음 미국을 방문해 이 곳 실정을 잘 모르는 여행객들은 쉽게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며 “길을 걸을때 주위를 잘 살피고 되도록이면 고가의 물건은 보이지 않게 소지하며 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5일엔 첫번째 전자 여권 분실 신고가 LA총영사관에 접수됐다.
영사관에 따르면 무비자 시행 후 약 3주만에 첫 전자여권 분실 신고가 접수돼 분실 신고자에게 임시여행 허가증을 발급했다.
관계자는 “여권 재발급에는 약 3~4주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시간 제약이 있는 방문객은 여권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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