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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진단] '빅3' 절대 살려서는 안돼

김창준/전 연방하원의원

오바마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다. 경제에 전혀 경험이 없고 전문가도 아닌 오바마 앞에 놓인 현 경제 상황은 너무도 심각하다. 놀랍게도 오바마 새 정부에는 16년 전 클린턴 대통령 당시의 인물들로 꽉 차 있다. 낡은 이들과 무슨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오바마는 공화당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소위 Trickling down economy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경제정책)를 부정하면서 그 정반대의 Bottoms up economy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경제정책)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레이건은 기업의 세금을 삭감해 기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고용을 증가시키는 정책이고 오바마는 그와는 반대로 가장 가난한 빈민층부터 해결하고 올라가서 튼튼한 중산층을 확보하자는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95%의 납세자들의 세금을 줄이고 상위 5%의 세금을 크게 올리자는 정책이다.

오바마의 정책은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강조한다. 우선 미국의 자동차 산업 구제법안의 예를 들어보자. 요즘 제너럴 모터스(GM)가 매일 의회에 나와 살려달라고 손을 벌린다.

오바마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한 목소리로 금융구제를 통해 GM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같이 손을 내민다. "35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관련 사업까지 합쳐 500만의 실업자가 생길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우선 250억 달러를 요구한다. 공화당 의원들의 압도적 다수는 GM을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하는 데 반대한다. GM의 운명은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GM이 그냥 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과거 연방 의회는 청문회 때마다 GM에 연료절약형 소형차와 하이브리드 승용차 개발을 촉구했지만 GM은 이를 외면했다. 그랬던 GM 경영진과 노조 간부들이 100만 달러씩의 연봉으로 흥청망청하다가 이제 망할 상황에 직면해 의회에 와서 "우리가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며 국민의 혈세로 도움을 요청한다.

GM이 언젠가는 망하리란 건 미국민들은 이미 다 아는 기정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망할 기업들은 망하게 내버려 둬 새로 시작하고 배부른 경영진과 노조 간부들도 각성해서 새로운 미국의 경제 틀을 이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지금 이 상태에서 그들을 도와봤자 심판의 날을 다소 늦출 뿐이다.

그러나 의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오바마가 원하는 대로 GM을 살리는 것이 빈곤층과 중산계급을 살리는 것이라고 믿고 구제금융안을 통과시키려고 심혈을 다 할 것이다. 통과될지는 의문이지만 이래서 악순환은 계속되며 약속했던 변화는 찾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한.미 FTA도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 우선 대한민국 국회에서 먼저 통과시켜야 오바마의 재협상 주장이 약해질 텐데 한국 국회는 뭘 하는지 답답하다. 오바마가 대한민국 경제도 살려줄 것이란 터무니 없는 생각은 버리고 우리는 우리끼리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미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란 망상에서도 깨어나야 한다. 오바마와 펠로시가 자동차 문제를 트집 잡아 한 목소리로 한.미 FTA를 반대하는 마당에 진보적인 오바마가 당선됐다고 신나 할 일만은 아니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능숙한 오바마의 웅변도 통역을 통해 전달될 때는 그 의미가 약해지기 때문에 김정일을 말로 설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오직 하나 북한의 핵과 핵 기술을 불량국가에 확산하지 못하도록 되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완전히 파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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