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 대통령과 '아버지론'
정구현 기자 <사회부 기자>
5년 10개월만의 방문이었던 만큼 과연 어떤 선물을 안겨줄지 한인들의 기대는 컸다. 자연히 동포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의 연설에 관심이 쏠렸다.
한국이 처한 어려운 실정을 농담을 섞어가며 설명했지만 겉도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LA 한인들로서는 피부로 체감키 어려웠던 탓이다.
자기변명에 그칠 뻔 했던 연설은 이 대통령이 꺼낸 단어 하나로 단숨에 역전됐다.
이 대통령은 "제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면 대통령이 위기를 도대체 아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희망을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고 운을 뗏다.
이어 "'걱정하지 마라. 아버지가 건강하니까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다'고 해야하지 않겠나"고 부정을 자극했다.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아버지는 항상 건강해야만 하는 존재다.
대나무처럼 줏대를 잡고 꼿꼿해야만 한다.
그런 아버지들이 요즘 '부러질 만큼' 아픈 세월을 살고 있다. 어렵사리 장만한 집 값은 땅바닥을 치고 자식들 교육비 마련 욕심에 투자한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같은 아버지들의 속 끓는 사정을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밝힌 대로 그저 자기변명이 아니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LA의 아버지들로서 또 대한민국의 자식들로서 그를 믿을 수 있다.
이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건승을 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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