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당] 기러기는 방탕을 뜻하는가
김성임/시카고
미국에 친척이나 형제 한두명 없는 집도 별로 없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네것 내것이 분명한 세상에 미국에 와서 '우리가 어디 남이가' 하면서 얹혀 있거나 자식들 맡겨놓으려고 하다가는 한달도 못가 불화가 생길 게 틀림없다.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된다면 자식들을 타국에 보내고 부부가 같이 있었던들 그게 무슨 영화가 되겠는가 해서 결정한 게 바로 우리나라의 기러기 아빠.엄마다.
가끔 신문에 기러기 가족이니 조기 유학이니 해서 기사가 나오고 그들 가족간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마치 전체의 문제인 양 시끄러운 것을 본다. 미국에만 한국 유학생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데 문제가 된 몇몇 때문에 나머지 모두가 매도 당해서야 말이 되는가.
한때 한국에서 자녀 사교육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연일 언론의 질타를 받던때가 있었다. 대학교수 부인이 파출부로 나가 돈을 벌며 아이들 학원비를 때운다느니 공무원 부인들이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과외비를 댄다는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내가 가깝게 지내는 기러기 엄마를 소개한다. 지영이 엄마는 서울의 모 여대를 나오고 오랫동안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여성이지만 자식들을 위해서 과감히 기러기 엄마의 역할을 하고 남편의 짐을 덜어주고자 벌써 5년째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다.
체구도 그리 크지 않은 그녀가 때로 피곤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아이들의 학비(엄마가 학생비자로 있기 때문에 대학생이 되면 혜택이 없다)를 위해 이번달부터 홈 스테이 한명(남동생의 아들)을 두기로 했다고 한다.
한국에 있었으면 진작 손봐야 했을 정도로 치아가 망가진 그녀가 어떻게 몇 년을 더 버티어낼지 안쓰럽긴 하지만 공부 잘하고 있는 딸들 생각에 늘 웃음을 잃지않고 있어 참으로 가상하다.
대한민국 어머니 아버지들 모두 화이팅! 어린 나이에 혼자 와서 이를 악물고 공부하는 조기 유학생들도 더욱 파이팅!
기러기 엄마.아빠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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