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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의 현대건설 60년 영욕-24] '도로 뚫으면 달릴 자동차 생긴다'

'우선순위 아니다' 야당 고속도로 반대에 '공급있으면 수요는 자동 창출'

서빙고 중기공장 시절에 대한 이명박 전 회장과의 최신장비 도입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현대건설은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장비 구입을 서둘렀다지만 신생 건설사도 참여했었는데 그런 회사들도 장비에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되십니까?

"솔직히 다른 회사들 형편까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보면 많은 회사가 쓰러지고 합병을 하고 그랬는데 장비에 신경을 쓸 형편이 됐겠어요?

그때 난다 긴다 했던 삼안산업도 합병되고 사라진 회사가 내 기억에만 두셋 되는데. 그때 솔직히 말하면 현대건설이 전체 고속도로 구간 반 정도를 했다고요.



그것도 공식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중간에 제대로 못 따라주고 하니까 우리가 기술 지원을 다 해주고 마감까지 해준 구간도 있었다고. 언양 구간도 그랬던 거 아니에요?

요즘 같으면 턱도 없는 얘기지만 박 대통령이 내려오신다는데 포장은 엉망이고 그래가지고 우리가 허겁지겁 아스팔트를 깔고 곧바로 대통령 행사 차량이 지나갈 정도로 급했으니 어떡해. 뒤에 보니까 자동차 타이어 자국이 찍혔더라고.

그러니까 그때 군 출신 장군 출신들이 건설회사를 만들어가지고 어떻게 해서 몇 개 구간을 맡았는데 그런 회사들이 되겠어요? 권력 가지고 새로 생겼던 회사들은 다 망했다고요. 그러니 그런 회사들이 장비 구입을 했을 리도 없지 뭐."

-당시 분위기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는 상당한 반대를 하지 않았습니까.

"야당은 그 당시 서울서 부산까지 하루에 자동차가 10대도 안 다닐 때인데 무슨 고속도로가 필요하냐 해서 반대를 했어요.

그리고 또 세계은행에서 타당성 조사를 했는데 도로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그 돈 있으면 다른 일을 해라 그렇게 말했다고요. 우선순위가 있다는 얘기야.

이건 아마 엔지니어들은 잘 모르고 있었을 거야. 그니까 야당은 그런 리포트를 보고 더 반대를 한 거예요.

근데 내가 볼 때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거라고. 과거에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논리였거든? 그걸 나는 반대로 본 거지. 잘 만들어 놓으면 필요 없던 사람도 물건을 사가잖아요.

그게 소위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논리인데 내가 볼 때 당장은 자동차가 있어야 달릴 도로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고속도로를 잘 만들어 놓으면 달릴 자동차가 생긴다 그거지. 실제로 그렇게 해 놓으니까 자동차 공장이 생기고 산업이 발전했잖아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논리가 맞는 거야.

내가 정권적 차원에서 그때 집권당 사람들이 옳았다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사회 경제가 오늘날 이렇게 근대화될 수 있었던 획기적인 계기가 고속도로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렇게 보는 거예요. 고속도로 주변에도 공장들이 막 생겼으니까."

문제의 당재터널 공사는 불이 붙고 있었다. 김영주 회장의 회고처럼 건설부 장관이 '단 하루라도 개통식 날짜가 늦어지게 되면 회사 문 닫아야 돼!'라고 했을 정도로 압박감이 현장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은 전사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총동원령이 내려졌고 정 회장까지 상주하다시피 했다.

당시 전 구간을 총괄적으로 감독했던 양봉웅 전 고려산업개발 회장도 당재터널 때문에 '내 침실은 현장이다'는 글을 써 붙여놓고 아예 집과 이혼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개통 때까지 단 하루도 집에서 잠을 자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려산업개발이 훗날 현대그룹의 계열사로서 한쪽 날개 역할을 하게 되지만 양 회장은 공채가 아니라 외인부대로 날아든 인물이면서 최고의 신임을 얻었던 사람이다.

정 회장의 친인척이 아니면서도 회장까지 오르게 됐다는 것은 그만큼 정 회장의 신임을 받았기 때문이겠지만 그는 타 들어가는 속을 끄는 방법은 조속한 완공 외에 지름길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감독과 십장의 차이가 뭐냐 십장은 현장에서 작업복에 장화 신고 시키는 일만 잘하도록 다그치면 되지만 감독은 일단 일이 끝난 다음에 고치고 뜯고 해봐야 요지부동이니까 일을 하기 전에 죄다 체크해 놓고 일을 딱 시켜야 된단 말이죠.

근데 당재터널은 뭐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를 모를 정도였어요. 그때는 정태섭 부회장하고 김영주 회장님도 직접 나와서 고속도로를 감독했고 그분들이 경험도 있고 해서 미리 계획을 다 짜가지고 차질 없게 시작을 한다고 하는데도 당재만 통하지를 않는 겁니다.

그게 대전 구간인데 설계도 늦게 됐지만 69년 3월 1일에 시작해서 언제 끝났느냐 고속도로 개통 직전에 끝냈어요. 그러니 얼마나 초조하고 염려가 됐겠어요. 서울~오산 구간도 끝났고 오산~대전도 끝났고 대구~부산도 끝났는데 단지 중간에 낀 대전~대구만 남았단 말이죠.

명예회장님(정주영)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장소장들도 자꾸 늦어지니까 초조해지는 건 말로 다 못하죠. 조속한 완공은 고사하고 작업한다는 게 겁이 나요. 건설부에서는 매일 언제 끝나느냐고 아우성입니다. 좌우간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데 터널 공사에서는 암(岩)이 나와야지 흙이 나오면 아주 고생하잖아요.

당재에서는 흙이 나오고 어쩌다 암이 나와도 그게 시쳇말로 물렁뼈다 그거예요. 그러니 자꾸 낙반을 하게 되고 환장할 노릇이죠. 진척이 안 돼요."

-건설부의 아우성이라는 것이 박 대통령의 관심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야 말할 필요도 없죠. 고속도로 만드는 돈이면 철도를 두 개 놓겠다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으니까 '모르면 잠자코 있으라고! 철도를 이용하면 공장에서 역까지 운반해야 하고 역에서 다시 수요지까지 운반하자면 이중 삼중으로 실었다 내렸다 하는데 그 불편과 시간은 생각 안 하느냐고 도로로 운반하면 공장에서 바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왜 안 하느냐고' 막 호통을 쳤던 어른이니까 고속도로에 대한 기대는 대단하신 거죠."

-그런데도 터널 때문에 개통에 차질이 예상되니 어떻게 했습니까.

"환장하겠두만요. 결국은 명예회장님한테 건의했어요."〈계속>

이호/객원기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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