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돈맥 경화를 뚫어라' 초강수···기업에 돈 풀고 금리인하 신호
기업어음 매입…돈줄 마른 업체에 우선 숨통 틔우기
금리인하 검토…대폭 인하 쪽으로 입장 급선회 촉각
신용위기로 시장에 돈줄이 마르자 정부가 기업어음 매입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등 초강수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며 개입에 나섰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7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신용경색 현상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
벤 버냉키 FRB의장은 또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업어음(CP) 매입=현재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숨통을 틔여주기 위한 조치다.
현재 기업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신용경색 현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며 최근 수 주 동안 자금조달 창구인 CP시장이 사실상 마비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FRB는 특수 목적의 펀드를 설립해 달러 표시의 3개월 만기 CP를 매입하게 된다. 등급은 적어도 A1 P1 F1 이상이며 매입은 내년 4월 말까지다.
FRB는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을 갚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위해 CP시장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FRB는 전날 은행 대출시스템인 '기간입찰대출(TAF)'의 규모를 연말까지 종전의 두배인 9000억달러로 대폭 확대하기로 하는 등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연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제로금리 가능=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금리와 관련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 금리인하 검토 발언은 FRB의 입장이 급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FRB는 신용경색 위기가 본격화됐던 작년 9월이후 지난 4월까지 7차례 걸쳐 금리를 3.25% 포인트 인하한 뒤 경기하강 위험과 함께 인플레이션의 우려를 제기하면서 그동안 중립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때문에 버냉키 의장의 이날 발언은 이달 28~29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나 이보다 앞서 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시장에 주고 있으며 금리 인하의 폭도 대폭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가 1% 시대에 이어 '0' 금리시대로 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부작용 위험도= 중앙은행인 FRB는 지금까지 시중은행 등 일반 금융기관에 한해서만 유동성을 지원해왔으나 기업을 상대로 CP매입 방식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는 사상 처음이다.
이는 미국내 단기자금 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FRB는 어느 정도의 이자율에 어느 정도 규모로 매입할 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장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도움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리인하 시사 역시 유동성 부족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를 낮춰줄 수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장기적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금리 수준이 2%로 낮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 되지 않는데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심리가 무엇보다 냉각된 상태여서 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와 지속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중앙은행 역사전문가인 앨런 멜처 카네기 멜론대 교수는 지난 3월 미국의 경제위기는 금리 인하로는 해결되지 않고 위기를 더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용훈.김기정 기자 kijungkim@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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