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는 2008 금융위기-2] 월스트릿 인근 네일살롱 운영 애니 조씨
'겨울 비수기 어떻게 넘길지…' 점심 때 밀어닥치던 손님 발길 '뚝'
금융위기의 진원지 맨해튼 월스트릿. 이곳에서 5블럭 떨어진 곳에서 소규모 네일살롱을 운영하는 애니 조(사진·44)씨는 월스트릿발 금융위기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조씨는 “9·11 테러도 모자라 이제는 금융 위기 폭탄까지 로어 맨해튼을 강타했다”고 체념하듯 말한다.
“9·11 테러 전에 은행 손님들이 많았어요. 대부분 홀세일(도매)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테러 이후 줄었지요. 이제 금융 위기까지 닥쳤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에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을 내놓았지만, 그런다고 우리같은 스몰 비즈니스가 살아나겠어요? 기대도 안합니다.”
조씨는 지난 96년 다른 사람이 운영하던 지금의 네일 살롱을 인수했다. 고객 관리를 철저히 해 2000년까지는 제법 잘됐다. 그러나 9·11 테러가 강타한 뒤 가게는 심한 타격을 입었다. 업소가 월드트레이드센터(WTC)에서 불과 3블럭 떨어져 있어 그야말로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테러 이후 2~3년을 고생하다가 그나마 조금 나아졌었지요. 그러다 지난해부터 다시 침체되기 시작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기까지 닥치니 정말 말이 안나옵니다. 솔직히 이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같은 스몰비즈니스는 건물주가 렌트를 올리면 두말없이 나가야죠. 옛날에는 점심시간이면 업소 밖으로 사람들 머리 밖에 안보일 정도로 거리가 인파로 넘쳤는데….”
고객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는 것도 실감한다. 2주에 한번씩 들르던 손님이 언제부터인지 한달에 한번, 매주 오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 일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세트 서비스(손톱 10개를 다 붙이는 것)’가 줄어들고 기본인 ‘레귤러 서비스’만 받는 손님의 비율이 늘고 있다.
300스퀘어 남짓한 업소에는 조씨를 포함해 5명이 근무한다. 옛날 전성기때보다 근무 시간도 한시간을 줄였다. 손님이 줄어서다.
“전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3시까지 손님이 밀어닥쳤죠. 그만큼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고무줄처럼 이용해 서비스를 받고 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12시30분~2시면 점심 장사는 끝납니다. 분위기가 흉흉한데 직장 상사 눈치보며 점심시간에 한가하게 네일 서비스 받으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조씨는 “소원이 있다면 다시 소비자들이 돈을 잘써서 장사가 잘 되는 것”이라면서 “올 겨울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준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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