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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나누고 떠난 불체자…출근길 사고로 숨진 김의수씨, 장기기증으로 3명 목숨 살려

사는 것이 고되고 힘들어도 세상은 여전히 살만한 곳이다. 죽음 앞에서 소중한 생명을 나눈 아름다운 선행은 살아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뇌사 상태에 빠진 한인 불체자가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생을 마쳤다. 이달 초 한인타운 인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의수(61.사진)씨.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뇌수술까지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가족들은 평소 이웃에 나눔을 실천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기증된 장기는 심장과 간 그리고 콩팥. 불법체류 신분에 옭매어 있던 그는 생명과도 같은 장기기증을 통해 3명에게 자유를 주고 떠났다.



함경도에서 태어난 그는 1.4 후퇴 때 남하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 월남전 참전 후 한국수출상업공단의 추천으로 에콰도르에 배관 용접공으로 파견돼 현지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또다시 사랑했던 아내와 아들과 떠나 홀로 미국땅을 밟았다.

에콰도르에 있는 가족들은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도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장례를 치를 수도 없었다. 미국 입국을 거절 당해 김씨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없었던 가족들.

그러나 그들은 김씨의 장기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 쓸 수 있느냐는 병원측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인들은 불체자 신분과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마라톤을 즐기는 밝고 명랑한 사람이었다고 그를 기억한다. 그는 두 번의 마라톤 완주 경험이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마라토너이기도 했다.

긴 인생의 마라톤을 완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진 그는 이제 '아름다운 마침표'를 남겼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달릴 수도 없고 신분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지만 그는 '뛸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불체와 장애가 없는 세상에서 그의 달리기가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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