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 귀걸이 못삽니다'···금융위기 속 월가 명품 시장도 찬바람
귀금속·요트 구매 취소 봇물…아이 보모도 싼값으로 교체
금융위기 속에서 뉴욕의 부자경제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금융사들의 거대한 보너스로 뉴욕의 부자경제권을 이끌던 월가가 휘청거리면서 금융종사자는 물론 다른 분야 부자들도 일제히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 연쇄반응이다. 값비싼 보석은 금융위기의 최대 희생자가 되고 있다. 맨해튼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가 보석을 사고파는 중개를 해온 패트리샤 햄브레히트는 최근 허탈한 사례를 경험했다.
부인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5만 달러짜리 보석을 고르고 있던 월가의 금융사 간부가 2만~2만5000달러짜리로 급을 낮추겠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3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구입하려던 한 여성은 "남편이 금융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며 계획을 취소했다.
햄브레히트는 "지금은 사람들이 지출을 썩 내켜 하지 않는 시기"라고 풀이했다.
보석 디자이너 티나 탕은 8월 기준으로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그의 보석가게 '타니 탕의 골드라벨' 매출이 50% 떨어졌으며 고객 방문자 수도 75% 줄었다고 말했다.
고소득 전문직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이 가게는 1만6000달러짜리 아이템까지 갖추고 있다. 탕은 전년도 대비 올해 9월의 매출 하락률은 8월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재고를 정리하고 현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탕은 가게 문을 연 뒤 처음으로 대대적인 세일까지 했다. 모든 제품을 25% 세일한 것이다.
고급 요트도 마찬가지다. 카리브해 연안 버진아일랜드에 본부를 둔 호화 보트 제조업체 '노드롭 앤드 존슨 요트&십'의 캐서린 뮬렌 본부장은 최근 뉴욕의 투자가 한 명이 전화를 해와 2500만 달러짜리 대형 요트 구입을 연기할 수 없겠느냐고 문의해 왔다.
이 고객은 계약을 완전히 취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고객은 이미 계약에 사인했기 때문에 요트 값의 10%는 일단 내야 하는 처지다.
성형수술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굴지의 에너지 업체인 컨솔리데이티드 에디슨에서 간부로 일하는 아넷 푸치는 50회 생일을 맞아 1만5000달러를 들여 안면 성형수술을 할 예정이었다.
돈은 보유 주식 가운데 일부를 팔아 마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를 남편과 상의하면서 증권통장을 체크한 결과 주가가 반 토막 나 이 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푸치는 아주 실망스러웠지만 1200달러짜리 보톡스 시술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미술품 시장은 중저가품부터 얼어붙고 있다.
최근 소더비가 대미언 허스트 작품으로 런던에서 경매를 열어 기록적인 판매액을 올렸지만 대부분의 갤러리는 미술 시장이 월가 사태의 영향을 상당히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이를 키우는 보모를 더 싼 사람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다.
부동산과 호화여행 관련 업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월가에 보너스가 풀리면 뉴욕의 집값은 일제히 오른다. 보너스를 바탕으로 더 좋은 집을 사거나 임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돈을 들고 카리브해의 멋진 빌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줄을 잇기 때문에 임대업자들도 호경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월가 사태로 연말연시 보너스 풍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자 판매업자 그리고 카리브해 연안의 호화 빌라를 빌려주는 임대업자들이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월가 사태로 되레 덕을 보는 업종도 있다. 미국 전역에서 30개의 '엘리자베스 아든 레드 도어 스파'를 운영하고 있는 '레드 도어 스파 홀딩스'의 대표인 토드 월터는 "최근 들어 전신 마사지나 안면 마사지를 받으러 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월가 사태로 불확실성과 스트레스가 넘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작은 위안이나마 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9월 중순 한 주 매출이 전년 대비 5~8% 늘었다고 밝혔다.
돈 많은 월가 금융인을 대상으로 최고급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온 사람들이 이번 사태로 입을 타격의 전모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월가에 천문학적인 보너스가 풀리는 매년 12월부터 2월 사이에 한 해 장사의 대부분을 해왔기 때문이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