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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전자여권 '10만원이면 개인정보 판독'

보급 두달만에 허점 드러나

한국 정부가 위조 방지와 보안성 강화를 위해 지난 8월부터 보급에 나선 전자여권이 벌써부터 개인정보 유출이 쉽게 이뤄지는 등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보인권단체인 진보네트워크는 29일 서울 명동 천주교 인권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자여권에 삽입된 RFID에서 개인정보를 어렵지 않게 읽어들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진보네트워크는 전자여권 뒤표지에 삽입된 RFID 칩의 정보를 판독해 화면에 띄우는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에 쓰인 전자여권은 지난 11일 진보네트워크 관계자가 구청을 통해 일반인과 같은 방법으로 발급받은 것.

판독기를 작동 시킨 지 3분 만에 사진 성명 여권번호 여권만료일 생년월일 등 여권 첫 장에 적힌 개인정보가 화면에 고스란히 떴다.

이번 시연회를 주관한 진보네트워크의 김승욱 간사는 "판독기는 인터넷에서 10만 원을 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기종"이라며 "전자여권에 적힌 정보를 해석할 수 있도록 외국 사이트에서 무료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았다"고 설명했다.

RFID 칩에 담긴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데에는 전자여권 앞면에 적힌 만료일 생년월일이 '비밀번호' 역할을 했다.

전자여권의 보안 기능은 이 같은 정보를 입력해야만 RFID 칩에 담긴 정보를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김 간사는 "RFID 칩에서 빼낸 개인정보는 여권 앞면에 적힌 개인정보와 같은 수준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간사는 "개인정보를 RFID 칩에 담긴 상태로 잃어버리는 것이 여권 앞면에 프린트된 형태로 잃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잘라 말했다.

여권 앞면에 적힌 정보와 달리 RFID 칩에 담겨 전자화된 정보는 인터넷을 타고 쉽고 빠르게 전파된다. 수천 수만명에게 한꺼번에 정보를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현재는 여권을 분실하면 소유자가 그 사실을 즉시 알 수 있지만 앞으로는 여권에 담긴 정보를 고스란히 빼앗기고도 여행객은 전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김 간사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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