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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막판 읍소도 허사…레임덕 가속화, 선거 앞둔 공화당 의원들도 부시에 등돌려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2008년 9월29일'은 '2001년 9월11일' 만큼 잊혀지지 않는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9월11일'은 부시 대통령이 알카에다로부터 예상치 못한 테러를 당한 날이고 '2008년 9월29일'은 정치적 동지인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발등이 찍힌 날이 됐기 때문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정도가 아니라 내년 1월20일 퇴임을 앞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설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이날 하원에 상정된 구제금융법안이 압도적 표차는 못되더라도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강조하면서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다음날 저녁 전역에 생중계된 TV 연설을 통해 구제금융이 없으면 고통스런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호소하며 국민을 직접 설득했다.

25일 저녁엔 이례적으로 백악관에서 민주.공화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존 매케인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자들과 회동 금융구제안 합의도출을 시도했다.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이런 회동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강하게 심어줬다.

부시 대통령은 27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도 "구제금융안이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메인스트리트(중소상공입과 서민)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제금융안의 의회통과를 거듭 호소했다.

다음날 정부와 양당 지도부는 진통을 거듭한 끝에 구제금융안에 합의하는 큰 진전을 이뤘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의원들의 마음을 바꿔놓지 못했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이 당 최고지도부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림으로써 부시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현실을 가차없이 드러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퇴임을 4개월 앞둔 부시 대통령의 레임 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레임덕이 아니라 이미 '브로큰 덕(Broken Duck.권력통제불능상태)'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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