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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주도권 빼앗겼다고 우겨요'

34세 동갑 '창간둥이'/ 8년차 운영서-애영 부부

가까이 있어도 늘 그리운 사람이 있다. 하루 업무를 마치고 온 몸이 녹초가 됐을 때면 늘 머리 속에 떠올라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가져다 주는 사람. 사랑에 목마를 땐 애인이 돼 주고, 사람을 늘 긴장 상태로 만드는 벅찬 이민 생활에서도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 며칠, 아니 단 하루만 떨어져 있어도 걱정에 잠을 설치고 잠깐 스친 눈빛에서도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이름은 바로 ‘남편’, ‘아내’다. 중앙일보 창간년도인 1974년에 태어난 동갑내기 부부의 행복하고 건강한 결혼 생활을 통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가장 위대한 이유 두 가지, ‘사랑’과 ‘꿈’을 되돌아보자.

아무리 사랑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윤영서·윤애영(34) 부부를 보면 ‘닭살’이 돋는 건 어쩔 수 없다. ‘천생연분’이란 이들 부부를 두고 생긴 말 같다.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일을 겪으며 동시대를 살아온 것도 부족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현대 사회에서 보통 부부가 하루에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넉넉잡아 한 대여섯 시간이나 될까. 그런데 이들 부부는 온 종일 함께 한다.

부에나 파크에서 종합미술학원 ‘영스 아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윤씨 부부는 숫가락, 젓가락을 하나로 같이 쓴다고 해도 믿겨질 정도로 언제나 함께다.

나란히 손잡고 출근해 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퇴근한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만큼이나 양쪽으로 활짝 문이 열린 강의실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하면서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란히 집에 도착해 육아도 함께 한다.

딱 1주일 차인 생일도 케이크를 하나만 사 한 번에 치른다. 다현(5), 다빈(3·여)이는 동갑내기 아빠, 엄마가 생일까지 같은 줄 알고 본인들이 더 행복해 한다.

하루 24시간을 함께 하다보면 서로에게 불만스러운 점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도 잠깐 바라본 부부의 모습은 샘이 날 정도로 다정하다. 동갑이라 서로 부르는 말이 다소 험할(?) 것 같다는 선입견도 여지없이 무너진다.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늘 존칭을 써가며 서로를 예우한다.

8년째에 접어든 결혼생활에 크고 작은 문제는 없었을까. 서로에게 아쉬운 부분을 물어보자 한참 생각해 보더니 ‘기득권을 뺏긴 것 같다’고 눈을 마주치면서 동시에 큰 웃음을 터트린다. 기득권을 뺏겼다기 보다는 서로 양보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는 말은 이들 부부에게 꼭 들어맞는다. 동갑이라 세대차이는 물론 없고 성격, 취향, 심지어 좋아하던 노래까지 똑같은 윤씨 부부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도 닮았다.

남편 윤씨는 예술 공부는 물론 인성 교육까지 할 수 있는 종합 예술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윤씨는 “미술을 전공하려는 한인 고교생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데에만 급급해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학 진학을 위한 카운슬링은 물론 학생들이 예술인으로 사는데 꼭 필요한 품성도 갈고 닦을 수 있는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내 윤씨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예술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삶에 지친 한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할만한 문화 공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 그는 늘 안타까웠다.

원장이 둘이니 미술학원 일도 일사천리다. 남편 윤씨의 소문난 실력에 학원생들은 늘고 있고 아내 윤씨는 꼼꼼한 재정 관리로 ‘꿈의 금고’ 안을 차곡차곡 채워 나가고 있다.

윤씨 부부는 “두 사람이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또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속이 충만해 진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사랑하면서 백년해로 하겠다”고 함께 다짐했다.

서로간의 깊은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꿈에 한 발자국씩 다가서고 있는 잉꼬 부부의 모습에서 훗날 예술고등학교 옆 예술문화센터에 앉아 정겹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중년 부부의 모습이 겹쳐져 떠오른다. 글·사진 서우석 기자

아내에게 “말없는 눈물 감사

▷이건 고마워: 내가 어떠한 모습이라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내 곁에서 보듬어준 당신의 손길이 고맙고, 인생의 기쁨을 당신과 당신이 낳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갈수 있는 특권을 준 것에 감사해. 같은 꿈을 꾸면서 앞으로 더욱 더 사랑하자.

▷이건 미안해: 남편으로, 또 아빠로서 고백한 많은 약속들을 지키지 못하고 실망시킨 걸 용서해. 살림하랴 학원에서 일하랴 분주함에서 밀려오는 피곤으로 말없이 눈물 흘린 당신에게 늘 미안한 마음 뿐이야.

▷이건 지킬께: 부지런해질께. 게으르지 않게 열심히 운동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일주일에 한 번은 하루종일 아이들을 돌봐 당신에게 자유시간을 부여할거야. 1년에 한 번은 1주일 이상 긴 여행을 떠나고, 무엇보다도 매일 30분 이상 당신과 우리 가족을 위한 기도를 꾸준히 할께.

남편에게 “잔소리 늘어 미안”

▷이건 고마워: 언제든지 듬직한 내 편이 돼 줘서 고마워. 우리 서로 의지하면서 더욱 ‘파이팅’해서 앞으로 남은 날들도 승리로 장식하자.

▷이건 미안해: 나도 아줌마가 됐나 봐. 아이 둘 낳고, 키우면서 목소리도 커지고 나도 모르게 날이 갈수록 잔소리가 늘어가는 점이 너무 미안해.

▷이건 지킬께: 앞으로 어떤 의견 충돌이 있을 지라도 아내로서 늘 당신의 의견을 존중할께. 적어도 주말 만큼은 사랑이 듬뿍 담긴 따뜻한 음식을 손수 준비해서 우리 식구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께.

sws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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