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다스리는 '할머니 손맛'
나눔선교회 주방 봉사 수잔 손씨
하루 50인분 점심·저녁 요리 봉사로 3년
“잘 던지시는데요.” 말을 붙이니 자신있게 한 말씀 하신다. “예전에 농구선수도 했어.”
“여기서 밥 해 준 게 얼마나 됐어요.” “3년 4개월째야.” 손 할머니는 하루 하루 손꼽기나 했던 것처럼 생각하는 기색도 없이 적어놓기라도 한 것처럼 곧바로 대답이 나왔다.
손 할머니는 당시 미국생활 23년차였다. 4시 30분이면 새벽 기도에 가기 위해 일어나 새벽기도에 가던 어느 날. 새벽 4시 30분 새벽 기도에 갈 준비를 하면서 켜놓은 새벽 선교방송에서 나눔선교회 한영호 목사의 간증과 대화가 흘러나왔다. “무엇이 제일 힘드십니까?” “애들 음식이 큰 문제입니다.”
한 목사는 본 적도 없었고 마약은 있는 줄도 몰랐다. 손 할머니는 7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밥 해 주려 이곳을 찾았다.
“17년전 식도암 수술을 받았어. 7개월 정도 살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산 걸 보니 이걸 하라고 하느님이 오래 살게 해줬나 싶었지.”
하지만 막상 와 보니 만만치 않았다. 지금까지 봉사하겠다는 이들이 잘 해야 1주일 버티고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연로한 분이 버티시겠느냐는 뜻이었을 게다. 다시 생각하고 왔다. “충분히 기도하고 다시 왔다. 하느님이 주신 사명감으로 왔다. 기분에 흔들린 것이 아니니까 맞겨 보라”고 했다.
한 달이 지났다. 누군가 물었다.
“아직도 오십니까?”
섭섭했다. “오지 말라는 얘기냐. 내가 부담되냐.”
“아니, 한 달 씩 오는 분이 없어서…”
밥 해 본 사람은 안다. 메뉴 정하고 만들고….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끼 50인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해대는 게 얼마나 힘들지. 그것도 여든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그걸 3년 넘게 해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 밥 짓는 것 처음이었지. 그래도 요리에 취미가 있고 집에 사람들 부르는 걸 좋아했으니까.”
손 할머니는 직접 만드는 것도 좋아 지금까지 김치와 고추장, 된장도 직접 담궜다. 한 번도 사먹은 적이 없다.
“처음 오니까 참…. 자취하듯 알아서 해먹는데 햄이나 햄버거 이런 걸 먹는 거야. 사람이 먹는 대로 간다고 설탕 같은 거 든 거로 마약중독 고칠 수 있겠어. 난 조미료 안 써. 양파, 마늘, 버섯 넣고 천연 조미료 만들어. 처음엔 아이들이 안먹어. 이게 왜 좋은 건지 설명을 했지. 서서히 입맛을 바꿨어. 이젠 맛있다고 잘 먹어.”
할머니 식단은 두부와 된장, 채소 위주로 짠다. 고기는 될수록 적게 준다. 점심 때 쓴 스파게티 소스도 세 박스나 되는 토마토 껍질을 벗기며 직접 만든 것이다. 직접 만들다 보니 식비는 절반으로 줄었다.
기도도 했다. ‘마약 만드는 양귀비를 내보냈으면 치료될 음식도 주세요.’ 손 할머니는 아이들 치료에 음식이 한 몫 했다고 단단이 믿는다.
이곳에서 치료를 마친 데이비드 김 전도사는 할머니의 음식을 한 마디로 ‘맛있는 건강식’이라고 말한다. “조미료 안쓰시고요. 고기도 별로 안써요. 비지찌개 같은 거요. 처음엔 싫었는데 이젠 맛있어요. 그리고 절약하세요. 음식 남기는 거 굉장히 싫어하세요.”
손 할머니도 처음엔 그랬다. 아이들 눈빛이나 행위가 정상이 아닌 것 같고 못 있을 데가 아닌가 싶었다. 그럴 땐 기도하면 넘겼다. 남편도 잘 이해해 줬고 자식들도 협조해 줬다.
“노인네가 자존심이 있어서. 지금까지도 자식들한테 손 안벌리고 살았어. 대신 내가 하는 일에 반대 안해.”
지금은 애들이 다 잘 생기고 좋다. 너무 힘들어 하는 아이들은 집에 데리고 가기도 하면서 힘을 북돋아 준다. 아이들이 치료하고 나갈 때도, 나가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잘 되서 인사 오면 그게 보람이고 기쁜이다.
그래도 나이는 못속인다고. 부엌에만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지고 힘이 솟지만 집에 가면 힘이 들어 탁 주저 앉는다.
매일 오전 10시 30분이면 나와 점심 만들어 먹이고 오후 3시 30분까지 저녁 준비 다 해놓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체력이 허락하면 5년을 채우고 싶어. 1년 7개월 남았는데. 이젠 집에 앉아 있으면 머리 속으로 메뉴가 척척 돌아가는데….”
그러면서 손 할머니는 이 곳 걱정이다. “사역하는 목사님들이 불쌍하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어려움이 너무 많아.”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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