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19] 화가 박한홍, 빗속 세상의 추억을 그린다
개인·그룹전 통해 활발한 활동…2008 베이징 아트페어에도 참가
30대 중반인 그는 3년 전 전 세계 화가들이 모이는 뉴욕 화단에서 자신의 그림을 인정받기 위해 미국에 왔다. 현재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가족과 함께 살면서 따로 작업실을 만들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에 온 뒤 맨해튼 해노치 갤러리(Gallery Henoch) 전시를 포함해 2번의 개인전과 3번의 그룹전을 열었고, 2008 베이징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등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한홍은 ‘비 오는 날의 우수(憂愁)를 격정적 필치로 그리는 화가’다. 과거 대학에 다닐 때부터 다이빙하는 인물, 회색 주택 풍경, 접시와 컵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최근 박한홍이 주로 그리는 것은 비 오는 날의 거리 풍경, 비에 젖은 집과 상가, 차창 밖으로 비가 내리는 모습, 비 오는 날 창문 밖의 인물 등 대부분 ‘비’와 연관돼 있다.
박한홍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있어 핵심어는 ‘비’다. 그의 ‘비’는 작가 개인의 깊은 감성적 체험과 연결돼 있다.
“언제였던가. 아마 7년 전의 기억이다. 아내가 큰 애(승희)를 낳고 몸조리를 위해 처갓집에 있을 때였다. 처와 애를 보고 돌아올 때면 (경제적으로나 작가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늘 가슴이 메어졌다.
그 날도 어김 없이 비가 내렸다. 나는 차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아른거리는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세상은 너무나 쓸쓸했다.”
그리고 박한홍은 몇 달이 지난 뒤 자신의 가슴 속을 적셨던 비 오는 날의 풍경을 그림으로 끌어낸다.
그는 회색조를 바탕으로 하고 가끔씩 강조할 때는 원색을 사용해 거리낌없는 필치로 맨해튼에서 택시가 달리는 모습, 사람들이 거리에 서 있는 모습, 비가 내려 뿌옇게 연무처럼 빗방울이 튀어 오르는 도로 등을 특유의 시적인 감수성으로 그려냈다. 그 날의 그 희미한 기억을 되새기며….
그러나 박한홍은 그 비 오는 날의 모습을 단순히 ‘쓸쓸함’과‘슬픔’으로만 재현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격정적이고 빠른 필치, 수채화 같은 맑은 색감을 통해 비 오는 날의 모습을 태양이 비치는 세상보다 더 밝은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비는 세상을 적시기도 하지만 우리를 여유롭게 만든다. 이 도시에 떨어지는 비는 우리를 쓸쓸하게도 하지만 우리의 생명이 여전히 숨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비는 때로는 아픔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비에 대해 그리움과 소중한 추억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산다. 나는 나의 비 그림 속으로 그들의 소중한 추억이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캔버스를 마주하고 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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