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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힌 '행운-불운' 한인 여성의 남편…채스워스 열차 충돌로 끝내 사망

3년전 글렌데일 열차 사고 땐 생존

"지난번엔 살아 돌아왔는데…. 이제 더이상 남편을 만질 수 없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지난 12일 채스워스 지역 메트로 열차 충돌사고로 숨진 한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LA타임스는 16일자에서 사고 사망자 그레고리 리트너(48.시미밸리)씨의 기구한 운명을 한인 아내 미셸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다.

리트너씨는 지난 2005년 글렌데일에서 발생한 열차-차량 충돌사고 생존자다.

당시 그는 사고 사망자 11명중 8명이 발견된 차량안에 있었음에도 몇군데 긁히고 멍만 들었을 뿐 멀쩡히 걸어나왔다. 뿐만 아니라 부상당한 여성을 구조대가 올 때까지 지켜줘 '영웅'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에게 행운은 두번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 12일 '상상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또 다시 열차 사고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이번엔 생존자가 아닌 사망자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미셸씨는 3년 전 사고 이후 남편이 겪어야 했던 남 모를 아픔들을 눈물 속에서 털어놨다.

사고 이후 TV에서 충돌 장면만 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또 당시 사고를 일으켰던 용의자 후안 마누엘 알바레스의 사진이 실린 사고 기사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으며 그의 재판과정을 빼놓지 않고 모니터했다.

미셸씨는 "남편은 결코 당시 사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며 "용의자 사진을 품에 넣고 다닌 것은 아마도 자신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사람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주변을 안타깝게 하는 것은 사고 이후 감정적인 코마 상태까지 빠졌던 그가 최근 많이 호전되던 차에 참사가 발생한 점이다.

그간 열차를 타지 않던 그는 승객들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열차만의 출퇴근 분위기를 즐기면서 독서를 할 수 있다며 다시 열차로 출퇴근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리트너씨와 미셸씨 두 사람은 대학시절 만났다. 리트너씨가 미셸씨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던 것을 계기로 사랑을 키워오다 졸업 1년 전 결혼했다고 한다.

미셸씨는 리트너씨를 자신을 공주처럼 받들던 남편이라고 회상했다. 또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 앤드류(15)를 위해선 여름마다 전국의 야구장을 여행할 정도로 자상했다.

사고 직후 부상과 내적인 분노와 싸우면서도 가족들에게는 항상 웃는 얼굴로 대했다고 한다.

"그는 그간 거짓말을 많이 했어요. (사고를 잊고) 그가 평범한 생활로 돌아오길 바랬던 내 마음을 배려했기 때문일 거에요."

남편이 남긴 사랑과 배려는 아내의 눈물이 되어 떨어졌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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