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손뼈 부상···한손으로 딴 '동'
김정주 복싱 웰터급 준결 판정패
김정주(27)가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4년 만에 얻은 올림픽 금메달 기회를 또 부상으로 날렸다. 김정주는 22일 베이징올림픽 복싱 웰터급(69㎏) 바키트 사르세크바예프(카자흐스탄)와의 준결승에서 왼손 손등 뼈에 금이 간 부상을 숨기고 투혼을 불살랐다.
하지만 그런 조건으로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6-10 판정으로 져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정주는 1988년 김광선 박시헌 이래 20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올림픽 2회 연속 동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5명을 내보낸 한국 복싱은 아테네 올림픽(동메달 2개)보다 더 줄어든 동메달 한 개를 들고 고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김정주는 지난 10일 첫 경기 32강전 1회 중반 유럽 강호 쿨카이 케트 야크(독일)와 경기 중 왼손을 크게 다쳤다. 훈련 중 이미 다친 부위를 다시 다친 것이었다.
김정주는 상대 빈틈을 노려 날리는 왼손 훅에 이은 오른손 스트레이트가 장기인 데 16강전부턴 왼손을 거의 쓰지 못했다.
8강전에서 미국의 드미트리어스 안드라이드를 상대로 오른손 훅에 의존해 승리를 거뒀지만 준결승에서 사르세크바예프는 김정주의 약점을 간파한 눈치였다. 그는 집요하게 김정주의 왼쪽으로 돌며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연신 김정주를 두들겼다.
김정주는 "경기 전에 마취주사를 맞았지만 뼈에 문제가 있어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래도 진 것은 내 탓"이라며 자책했다.
무엇보다 조카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김정주는 11살 때 간암으로 아버지를 여의었고 14살 때는 어머니마저 심장마비로 사망해 이후 일곱 살 위의 큰누나 정애(34)씨가 김정주의 어머니 노릇을 했다. 그런 누나가 2003년 결혼한 뒤 지난해 12월 아들을 얻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김정주는 자신이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는 조카 중혁이에게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정애씨 부부도 이날 베이징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동생과 처남을 응원했지만 김정주는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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