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38세 봉달이가 달린다'···이봉주 23일 마라톤 '한국 대미'
생애 4번째 '관록 금질주 보라'
'이제 은퇴하고 편안히 쉴 때도 되지 않았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래도 이봉주는 뛴다. 꼭 금메달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죽음의 레이스에 임한다.
이봉주가 23일 오후 4시30분(LA시간) 천안문 광장~국가체육장의 42.195㎞ 코스에서 열리는 2008베이징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 출전한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그만큼 풍부한 경험이 있어 기대가 된다.
육상 여자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콘스탄티나 토메스쿠(루마니아)도 이봉주와 동갑이다. 지난 16일 토메스쿠는 많게는 14세나 어린 경쟁자를 제치고 2시간26분44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갖게 된 경험이 도움이 됐다. 레이스를 하면 할수록 달리기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고 말했다. 우승의 원동력으로 '풍부한 경험'을 꼽은 것이다.
이봉주는 90년 전국체전부터 올해 4월 프레올림픽까지 모두 38차례 풀코스를 뛰었다. 특히 올림픽 경험으로 치면 이봉주를 따를 선수가 없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부터 벌써 네 번째 출전이다.
중국 다롄에서 마지막 전지훈련을 마친 이봉주는 21일 베이징에 입성했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가 금빛 피날레를 장식할 지 주목된다.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마라톤 감독은 "올림픽은 기록이 아닌 순위 경쟁이기 때문에 선두권만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감독의 운영계획은 다음과 같다.
◇초반(출발점~20㎞)=순위싸움은 출발 직후부터다. 베이징 햇살이 따가워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의 열 상승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5㎞ 지점부터 선수들이 미리 준비한 스페셜 드링크용 테이블이 나온다.
테이블이 좁고 선수는 많아 병을 잡는 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걸려 넘어질 경우 레이스 전체를 망칠 수 있다. 코스 사전답사 때 보면 이번 코스에는 유난히 코너가 많았다.
코너에 너무 붙어 있으면 다른 선수와 엉켜 넘어질 가능성도 있다. 선두 그룹에서 뛰되 중간에서 뛰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중반(20~30㎞)=다른 선수에 대한 견제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다. 선두권은 유지하되 어떤 선수가 함께 뛰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스퍼트가 좋은 선수가 앞으로 나갈 때는 속도를 높여 따라붙을 계획이다.
그렇지 않은 선수가 앞으로 나갈 때는 따라붙을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여자 경기에서 우승 후보들은 이 판단을 잘못해 토메스쿠를 놓쳤고 결국 우승을 내줬다.
◇종반(30㎞~결승점)=이봉주는 스피드가 있는 선수는 아니다. 바꿔 말해 종반까지 치열하게 붙어 갈 경우 운동장에서 다른 선수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35~38㎞쯤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여기서 선두로 치고 나와 다른 선수들과 간격을 벌려야 승산이 있다. 하지만 레이스 중간의 상황은 유동적이다. 감독의 작전은 35~38㎞쯤이지만 가장 적합한 지점은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본인과 다른 선수의 상태 레이스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마라톤은 두뇌 싸움이다. 경험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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