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준결승도 못 가는 한국신···좌절과 희망, 모두 느꼈다'
허들 청년 이정준 '올림픽 일기'
허들 청년 이정준(24.사진)의 바람은 100분의 4초 차로 무산됐다. 그는 19일 열린 육상 남자 110m 허들 2회전에서 한국신기록(13초55)으로 같은 조 8명 중 6위를 했다.
각 조 1~3위를 뺀 나머지 중 상위 4명에게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권에 기대를 걸었다. 커트라인은 16위인 사무엘 코코 빌로앙(프랑스.13초51). 18위 이정준의 베이징 올림픽은 그렇게 끝났다.
이정준은 "이번 대회에서 좌절과 희망을 모두 느꼈다"고 했다. 그가 느낀 것을 그의 목소리로 재구성했다.
◇좌절=1회전에서 주눅이 많이 들었다. 올림픽은 처음이다. 그렇게 많은 관중(9만1000석) 앞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정말 떨렸다. 그래도 한국 육상선수 중 트랙경기 출전 선수는 나 혼자. 한국에도 육상 선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1회전을 꼭 통과해야 하는 이유였다.
2회전을 앞두고 작전을 짰다.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 다이런 로블레스(쿠바) 옆 레인에서 뛰게 된 건 행운이었다. 예선이니까 로블레스는 전력질주 대신 13초1~2 정도 뛸 걸로 봤다. 최대한 붙어가기로 했다.
2회전을 위해 트랙에 섰는데 1회전과 달리 안 떨렸다. 그래서 큰 경기를 자주 뛰어봐야 하나 보다. 2회전은 스타트(출발반응시간 0.138초 8명 중 1위)가 정말 좋았다.
한국신기록 수립과 준결승 진출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여섯 번째 허들에서 실수했다. 손과 발이 허들에 닿아 흔들렸다. 아차 싶었다. 2등으로 나가다 뒤로 밀렸다. 한국신기록인데도 탈락이었다. 세계의 벽은 정말 높다.
◇희망=지난해 중국 올해 일본 전지훈련에서 많이 배웠고 많이 늘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이틀(18 19일)간 느낀 것도 만만치 않다.
2회전에서 스타트도 좋았고 중반까지는 2위였는데 왜 밀렸을까. 실수도 있었지만 그간 너무나 기술에만 의존했다. 마지막 허들을 넘은 뒤 스피드에서 밀렸다. 110m 허들도 단거리경기인데 스피드 훈련에 소홀했다. 스피드 훈련에 신경 써야겠다.
이번 대회의 최대 소득은 2회전 진출도 한국신기록도 아니다. 그건 자신감이다. 지금껏 스타트라인에 서는 것 자체가 두려웠는데 이젠 해볼 만하다고 느낀다. 막연했던 목표도 확실히 했다. 일단 13초4대 진입이다.
올해 0.1초(한국기록 기준 13초67→13초55)를 단축한 것처럼 내년에도 꼭 0.1초를 단축하겠다. 그 다음 목표는 세계대회 결선 진출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13초2대를 뛰어야 한다.
3년 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는 꼭 간다. 13초2. 그래서 그때는 결승 스타트라인에 서는 8명 안에 들겠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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