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꼴찌 투혼···'최선 다한 그대가 아름답다'
다이빙 손성철·사이클 이민혜 '눈물'…관중도 외면
이날 오후 사이클과 다이빙에서 한국 선수들은 나란히 최하위에 머물렀다. 기초종목에서의 저변이 취약한 한국 스포츠의 현실이 새삼 두드러진 순간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외롭게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꼴찌들의 투혼은 빛났다.
한국의 유일한 다이빙 대표 손성철(21)은 18일 맥 빠진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왔다. 그는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예선에서 6라운드 총점 353.35점을 받아 29명 중 29위를 기록했다.
손성철은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인 16일에야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는 예선 경기를 마친 뒤 "베이징에 있었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직도 올림픽에 온 건지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다이빙대표팀은 이종희 코치와 손성철 선수 2명으로 구성된 초미니팀.이 코치는 경기장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외로운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손성철은 "다른 선수들은 연기를 마치면 박수가 나오는데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나고 조용하니까 더 긴장됐다. 올림픽 첫 참가 소감이라면 '외로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철은 최근 6개월 동안 국내외 대회에 한 차례도 나서지 못했다. 실전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더욱이 태릉선수촌 수영장에 다이빙대가 없어 청주에서 훈련을 해야만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약하겠다는 약속도 선뜻 하기 어려운 상태다.
사이클 경기가 열린 라오산벨로드롬에도 외롭게 분전한 선수가 있었다. 여자 포인트 경기에 출전한 이민혜(23)는 이날 출전선수 22명 중 도중 실격한 3명의 선수와 함께 최하위인 19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사이클은 세계 대회에서 종목별로 철저히 전문화돼 있다. 그러나 이민혜는 여자 사이클 선수가 80명 정도 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도로와 트랙을 가리지 않고 달렸다.
포인트 종목 출전이 이번이 6번째이니 메달을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욕심이었다. 경북 영주에 있는 경륜 훈련장에서 더부살이하며 눈칫밥도 많이 먹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팀은 더욱 초라했다. 대여섯 명의 스태프가 장비를 챙기는 유럽 각국의 대표팀 사이에서 김석호 사이클 트랙대표팀 감독은 부지런히 사이클과 보조 장비를 혼자서 옮겼다.
감독 1명 선수 1명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그렇게 올림픽을 치렀다. 그래도 성격 좋은 이민혜는 "오늘은 초라했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에서는 사이클 사상 첫 메달을 꼭 따내겠다"며 희망을 얘기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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