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동메달이 눈 앞인데'···기관지 파열 날벼락
8강전 기권 비운의 복서 백종섭
복싱 라이트급에 출전한 백종섭(28)은 그렇게 외쳤지만 담당 의사와 코칭 스태프는 그를 붙들었다. 기관지 파열이란 중상을 당한 선수를 링에 올려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메달권 진입이란 소박한 목표를 안고 올림픽에 나섰던 백종섭이 고지를 눈앞에 두고 꿈을 접었다. 19일 하르치크 야바히안(아르메니아)과의 8강전을 몇 시간 앞두고 백종섭은 눈물을 머금고 기권했다. 8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동메달을 확보할 수 있다.
잘 싸운 16강전에서 목과 가슴에 가격당한 통증이 경기가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고 베이징 시내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기관지 파열이란 진단을 받았다.
천인호 복싱대표팀 감독은 "폐에서 나온 공기가 파열 부위로 새어 나와 심장을 비롯한 가슴 안의 여러 장기를 압박하고 있다. 과격한 운동을 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네 살 난 딸을 둔 가장이다. 2004년 결혼식도 치르지 않고 충남체고 시절 함께 운동한 차문이씨와 가정을 이뤘다. 복싱에만 매달린 백종섭은 군대 갈 시기도 놓치고 말았다.
자신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이번 대회에서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동메달 따는 것을 가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뒤 태권도를 한 부인과 지각 결혼식도 올리고 은퇴 후 태보(태권도와 복싱을 혼합한 운동) 체육관을 차리는 게 소망이었다.
그러나 백종섭은 끝내 '8강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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