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불패신화' 깨지나···수익 미달 예측에 '불가리' 주가 폭락
스위스 시계 명가 리슈몽도 하락…불황 안전지대 잇단 빨간불 '깜빡'
고유가와 신용경색 경기침체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가운데 그동안 불황에도 '면역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온 명품업계마저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게 이탈리아 명품업체 불가리다. 그리스 서부 파라미티아에서 보석가게를 하던 소티리오스 불가리스(1857~1932)가 1884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창업한 불가리는 현재 보석은 물론 시계.핸드백.향수.액세서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엔 호텔과 리조트 분야에도 진출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에 불가리 브랜드의 럭셔리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대단한 명품회사의 주식이 로마 증시에서 하루아침에 8.5%나 떨어졌다. 8월 4일 월요일의 일이다. 그 사흘 전에 있었던 CEO의 발언 때문이다.
이 회사의 프란체스코 프라파니 CEO는 금요일인 8월 1일 "올해 매출과 이익이 당초 목표로 잡았던 8~12%의 성장을 이루기 힘든 상황"이라며 "달러와 엔화 약세를 감안해도 8~10% 정도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요일인 4일 증시가 개장되면서 이 발언의 효과가 곧바로 나타난 것이다.
엄살로도 볼 수 있는 CEO의 발언 하나가 왜 이렇게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것일까. 이는 명품업계는 불황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명품업계에서는 그동안 엄살이라도 이런 경고성 발언은 없었던 것이다.
FT에 따르면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의 애널리스트들은 "프라파니 대표의 우려는 명품업계에서 나온 첫 경고"라며 "이 업계에서 이런 일이 더 많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스위스의 명품 시계업체들의 주가도 이날 함께 하락했다. 카르티에와 피아제 그리고 예거-르쿨트르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적인 명품 시계업체 리슈몽의 주가는 이날 하루 4.8%가 떨어졌다.
8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기업가 요한 루퍼트가 창업한 리슈몽은 LVMH와 PPR에 이어 세계 3위의 명품 그룹이다. 보석.시계.필기구 그리고 의류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르티에 피아제 바슈롱 콩스탄틴 앨프리드 던힐 예거-르쿨트르 클로에 샹하이 탕이 그것들이다.
스위스 증시에선 시가총액 8위의 대기업이다.
브레게.오메가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 그룹도 이날 2.6%가 하락했다. 83년 일본 브랜드 세이코에 대항하기 위해 스위스에서 출범했던 이 그룹은 그동안 신선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왔다.
업계에선 시계의 정확도를 떨어뜨리지 않고도 혁신적인 생산공정 개선으로 91개의 부품을 51개로 줄여 원가를 크게 낮춘 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디자인과 생산 마케팅 모두에서 혁신의 상징이었다. 이런 회사도 세계적인 불황에선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사실 올해 들어 명품업체의 주가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세계 1위의 명품 그룹인 LVMH는 1월 이후 주가가 15%나 빠졌다. LVMH가 어떤 그룹인가. 하나하나가 세계적 브랜드인 60여 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는 명품업계 선두 기업이 아닌가.
패션 브랜드 구치와 로웨를 보유하고 디오르와 루이뷔통의 핸드백을 판매하는 회사다. 직원이 7만2000명에 이르는 이 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260억 달러에 육박했다. 그런 회사의 주가가 이 정도로 빠진 것은 어두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세계 3위의 스위스 명품 그룹 리슈몽의 주가는 1월 이후 11%가 빠졌다. 1위와 3위 기업의 주가가 이 정도로 빠졌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것도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명품업계에서 말이다. 영국 업체 버버리의 주가는 1월 이후 24%까지 떨어졌다.
HSBC의 명품업체 담당 애널리스트인 안투안 벨주는 이와 관련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서 명품업계만 홀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세계적인 불황임을 감안하면 명품업계의 매출이 생각보다는 덜 떨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의 매출 증가에 힘입은 데다 미국의 구매력도 상당히 탄탄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곤 매출이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게 FT의 보도다.
LVMH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약세를 보였던 달러와 엔화 환율을 감안하면 12% 증가했으며 매출이익은 9% 늘었다고 7월 말 발표했다. 세계 최대 보석 업체이기도 한 리슈몽은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3% 늘었다.
가죽제품 메이커인 에르메스 인터내셔널과 세계 2위의 명품 그룹인 PPR 그리고 스와치도 최근 매출 실적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나 유럽의 위축된 경기가 명품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지만 최근 갑부들이 크게 늘고 있는 러시아.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매출이 늘어 이를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