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수영황제' 펠프스 괴력 어디서? 비결은 '돌핀 킥'
벽 찬뒤 1m 깊이서 11m 물속 전진…다른 선수들보다 3~4m나 더 나아가
'수영 황제' 펠프스가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골인한 것은 '스타트'와 힘찬 '턴' 동작 덕분이었다. 강한 하체와 허리가 뒷받침된 펠프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돌핀 킥(Dolphin Kick)'이 빛을 발했다. 돌핀 킥이란 수면 아래에서 돌고래처럼 양 발을 모은 뒤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여 전진하는 기술을 말한다.
◇스타트
'탕' 하는 출발신호와 함께 물에 뛰어드는 출발반응 속도는 박태환(183㎝)이 더 빨랐다. 체구가 작은 박태환이 0.67초 만에 물에 뛰어든 반면 펠프스(193㎝)는 0.73초 만에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펠프스는 물속에서 잠영을 하면서 10m 이상을 전진했다. 이에 비해 박태환은 물속에서 7m가량 나아간 뒤 팔 스트로크를 하기 시작했다.
팔로 물을 젓는 동작을 말하는 스트로크 수는 박태환이 펠프스보다 훨씬 많았다. 취재팀이 두 선수의 스트로크를 분석한 결과 50m 지점까지 박태환은 31회 펠프스는 26회로 나타났다. 특히 150m 지점을 지난 막바지에서는 박태환이 37회나 팔을 저은 반면 펠프스는 29회에 그쳤다.
◇괴력의 돌핀 킥
50m 지점에서 턴 동작을 한 펠프스는 벽을 세게 찬 뒤 곧바로 물 밑으로 사라졌다. 약 1m 깊이까지 들어가 잠영으로 전진하더니 11m 지점에서 돌고래처럼 물 밖으로 솟아올랐다.
박태환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이 70~80㎝ 깊이에서 돌핀 킥으로 7~8m 전진하는 것보다 3~4m나 더 먼 거리를 잠영으로 헤쳐 나간 셈이다.
〈그래픽 참조>
펠프스와 2위 그룹간의 차이는 턴 이후에 점점 벌어졌다. 턴을 할 때마다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다. 턴을 할 때 펠프스가 다른 선수보다 물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것은 물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표면 가까이에서 턴을 하면 물과 수평으로 맞서게 돼 저항이 커진다. 이에 비해 펠프스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솟구쳐 오르는 동작을 하기 때문에 어깨와 가슴이 받는 저항이 작아진다는 분석이다.
펠프스의 돌핀 킥은 큰 키와 파워가 없으면 엄두도 못 내는 방법이다. 강한 허리와 하체 힘이 필수적이다. 펠프스는 파워를 키우기 위해 2005년부터 역도 레슨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환 "키 컸으면"
박태환은 "펠프스와 맞대결을 해 보니 키가 턴을 잘해야 그를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면서 "내가 키가 작기 때문에 그의 돌핀킥을 따라하기 보다는 나만의 턴 방법을 개발해야겠다"고 말했다.
박석기 전 수영대표팀 감독은 "레이스 운영만을 놓고 보면 박태환은 펠프스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다만 출발과 턴에서 밀린 만큼 기록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펠프스와 겨룬 박태환 '그가 너무 빨라 한숨만 나왔죠'
“펠프스랑 뛰어보니까 어땠냐고요? (그가 너무 빨라서) 한숨밖에 안 나왔어요.”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박태환은마이클 펠프스에 이어 2위로 골인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직접 경쟁해 보니 펠프스는 아예 안 보이더라. 함께 올림픽 결승에서 경쟁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은메달도 과분하다. 경기 후 펠프스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경기를 마친 뒤 4번 레인에서 뛴 밴더케이에게 ‘펠프스가 너무 빠르지 않냐’고 말했다”며 웃었다.
“펠프스와 경쟁하면서 내가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도 느꼈어요. 같은 수영 선수로서 펠프스는 존경할 만한 선수지요. 그가 8관왕 목표를 꼭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박태환은 “4년 뒤인 런던 올림픽에선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경쟁을 하는 게 목표”라며 “남은 자유형 1500m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크게 웃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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