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세이] 기업 사냥에 나선 론스타
오명호/HSC 대표이사
10 년 전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 특히 한국의 상공을 휘젓고 다니던 이 벌처가 이제는 다시 홈 그라운드인 미국 금융 심장부 뉴욕의 월스트리트 상공을 날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 독수리는 다름 아닌 '론 스타'라는 벌처 펀드를 말한다. 10 년 전 한국의 외환위기로 알짜배기 부동산을 헐값에 집어 삼켰을 뿐 아니라 외환은행까지 삼킨 이 독수리는 일본과 유럽을 거쳐 다시 본토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서브 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으로 쓰러진 시체들이 월가에 즐비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독수리가 언제 뉴욕을 날런지 매우 관심이 많았다. 분명 올 때가 됐는데 2008년도 초 에는 소식이 없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아직 모기지 관련 금융기관들의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고 판단 한 모양이다. 드디어 하나 둘씩 금융기관들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이 벌처는 어김없이 찾아 온 것이다.
이 벌처펀드의 주인인 존 그레이켄은 하버드에서 경영대학원(MBA)과정을 마치고 월가의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에서 부동산 시장분석으로 사회 첫발을 내딛는다. 1990년대 미국의 저축 대부은행들(Savings & Loans)의 부실자산을 인수 정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능력을 인정 받게 된다.
90년대 중반 텍사스의 억만장자 로버트바스와 손잡고 '론 스타'라는 벌처 펀드 회사를 설립한다. 이 회사의 명칭은 텍사스주의 주기를 말하며 그것은 바로 '외로운 별'이라는 론스타를 뜻한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이 억만장자의 돈이 필요 없었는지 모르지만 스스로 펀드를 만들고 돈을 끌어 들여 부실화된 대출 자산들을 헐값에 사들였다. 담보물건들을 다시 정리 무려 77%라는 경이적인 수익을 투자가들에게 안겨주는 능력을 발휘하자 투자가들은 이 펀드에 돈을 맡기지 못해 안달을 하기 시작했다. 즉 텍사스 억만 장자의 돈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바로 이 벌처 펀드가 지난 주 메릴린치가 보유하고 있든 모기지 관련 채권 310억달러를 단돈 62억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였다. 다시 말하면 한때 잘 나가던 채권을 1달러당 22센트에 사들인 셈이다. 메릴린치 은행 입장에서는 정말 그 가격에 팔고 싶지 않았겠지만 주주들의 성화에 시달렸을 것이다. 빨리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새로 자본을 투입받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라는 주주들의 성화에 견딜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얄미운 사람은 집에 불이나 모든 가산을 탕진하고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찾아와 불에 그을린 자개장과 식탁을 팔라고 재촉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헐값에.
바로 이러한 일을 금융시장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가 '벌처 펀드'이다. 존 그레이 켄은 1995년 시작된 아시아의 통화위기 시절 쓰러져 죽어간 수많은 시체들을 삼켜 많은 수익을 올린 52세의 중년 금융전문가이다. 일본의 은행들과 골프장까지 사들여 재미를 본 그는 한국의 외환은행을 삼키다가 목에 가시가 걸렸다.
그러나 많은 월가의 분석가들은 이제 막 시작된 부실자산 판매가 가속화되리라 전망한다. 즉 메릴린치 다음으로 또 다른 은행들이 론스타에게 '부실자산'을 헐값에 팔기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에게는 다시 황금시장이 펼쳐진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전망을 해 볼 수 있다. 즉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가 이제는 바닥까지 오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가장 마지막에 출현하는 벌처가 나타나 시체를 정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스턴 사나이 존 그레이켄은 그의 식성답게 산 고기만 먹고사는 또 다른 독수리인 이글이 되기를 포기하고 런던에 살고 있다. 1999년 미국 시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런던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역시 그는 죽은 고기만 뜯어먹는 '벌처' 펀드의 대가 인가 보다.
우리는 '전설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 그리고 헤지펀드의 대부 이며 금융계 황제인 조지 소로소와 함께 이 사람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그는 새로운 시장의 영역을 개척한 사람으로 평가 받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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