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47% vs 매케인 41% '부동층 표심에 달렸다'
최근 경선 거품빠진 오바마, 공화 아성 남부서 승부수…골수파 힘입어 추격 매케인, 힐러리 승리한 북부 타겟
오바마는 23일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47%로 매케인(41%)을 6%포인트 차로 앞섰다. CNN 방송이 갤럽 등 5개 기관 여론조사를 종합해 지난 주말 발표한 결과도 이와 같았다.
하지만 여론조사 업체인 라스무센 리포트가 22일 발표한 조사는 오바마 43% 매케인 42%로 사실상 동률을 기록했다. 오바마가 아직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우위는 굳히지 못한 채 매케인에게 쫓기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선거 전문가들은 아직 대선의 승자를 점치기는 이르며 2000년과 2004년 대선처럼 양당 지지층이 결집한 가운데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박빙 승부로 결정 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라스무센은 23일 현재 오바마가 예상선거인 256명 매케인이 227명을 각각 확보했다고 집계했다.
◇두 사람의 강점.약점=오바마는 1월 3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무려 5개월간 이어진 민주당 경선 흥행 효과와 언론의 호의적 반응 조지 부시 행정부의 실정에 힘입어 경선 직후 한 달간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경선 거품'이 빠지면서 유권자들은 오바마의 자질을 냉정히 따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NBC와 WSJ 조사에서 "오바마는 경륜이 부족해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란 응답자가 55%나 됐다. 이에 따라 오바마는 '국정 능력이 있는 지도자'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17일부터 일주일간 중동과 유럽을 순방하면서 바람몰이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경선에서 이긴 뒤 이라크 주둔 미군 조기 철수 등 공약을 놓고 말을 바꾸는 인상을 줘 지지층 이탈을 불렀다" 고 지적한다.
한편 매케인이 언론의 낮은 관심 속에서도 오바마를 추격하고 있는 건 유권자의 30%에 달하는 공화당 골수 표에다 매케인 개인을 지지하는 무당파 10여% 덕분이다. 23일 조사에서 "매케인은 경륜이 부족해 위험한 선택"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5%에 그친 것은 대선이 정책대결로 진행될 경우 매케인 지지층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매케인도 부담은 많다. 경제침체와 이라크 전쟁 등 부시 행정부의 실정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또 고령(71세)에다 뚜렷한 정책을 제시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의 서남진 전략=주별 판세는 오바마에게 일단 유리해 보인다. 오바마는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한 19개 주 대부분에서 지지율이 높고 2004년 부시를 찍었던 아이오와(선거인수 7명)와 중서부의 콜로라도(9명).네바다(5명).뉴멕시코(5명) 등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또 공화당의 아성인 남부지역 중 버지니아(13명).노스캐롤라이나(13명)와 중북부의 오하이오(20명) 가운데 한 곳에서 승리를 노리고 있다.
계획대로 될 경우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수 270명을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경선에서 힐러리에게 패배한 오하이오 지역에서 힐러리의 선거조직을 흡수하지 못하면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매케인의 북진 전략= 2004년 부시가 승리한 31개 주를 지키는 한편 민주당이 승리했던 북부 산업벨트를 집중 공략해 오바마를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오바마가 힐러리에게 패배한 미시간(17명).펜실베이니아(21명).뉴햄프셔(4명)가 목표다. 민주당 텃밭이긴 하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데다 힐러리 지지자들이 많아 이탈 표가 상당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오바마가 중서부 3개 주를 차지하더라도 매케인이 이들 3개 주 중 2곳을 차지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지역은 지난해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반부시 정서가 강하다.
4년 전 대선 때도 변수였던 부동층
지지율 뒤지던 부시
부동층 잡고 맹추격
케리에 극적 역전승
4년 전인 2004년 7월 23일 여론조사업체인 라스무센의 조사 결과 존 케리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48%로 공화당 후보였던 부시(45%)를 3%포인트 앞섰다.
케리는 8월 전당대회까지도 부시에게 근소한 우위를 유지했으나 최종 승리는 대선 당일 오하이오 등 부동주(지지자가 확고한 주)를 차지한 부시에게 돌아갔다.
당시 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이미 결정했다는 응답자는 93%, 그러지 않은 부동층은 7%로 집계됐다.
그러나 4년 뒤인 23일 라스무센 조사에선 오바마 또는 매케인을 선택했다는 응답자는 87%였으며, 부동층은 13%로 늘어났다. 부동층이 이같이 늘어남에 따라 현재의 지지율 추이는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급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변수는 투표율과 인종 문제다. 오바마가 매케인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북부 공업지역에서 젊은 층과 흑인들의 투표율이 높으면 오바마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의 경우에는 매케인에게 유리하다. 인종 문제가 불거지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백인들이 결집해 매케인에게 몰표를 던지고, 오바마가 패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3억 미국 인구 중 백인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기독교도의 다수를 차지하는 복음주의자들의 표심 및 테러 발생 가능성 등도 변수로 꼽힌다.
두 사람은 이르면 1~2주 안에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 뒤 8월 말(민주당)과 9월 초(공화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지지율 급등효과(Bounce)를 극대화하고, 11월 4일 대선까지 전략지역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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