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이렇게 넘는다-3] '외모 가꾸기' 꾹 참는다
리세션 커팅(Recession Cutting)
"머리 기르는 중이야?"
'리세션 커팅(Recession Cutting)'이 유행이다.
경기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이 외모 가꾸기를 참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머리. 스타일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던 헤어를 과감히 포기하는 경우가 늘었다.
남성들의 머리카락은 군인처럼 마냥 짧아졌다. 아니면 더벅머리 총각 70년대 장발을 연상케하는 스타일도 눈에 띈다.
여성들은 이 기회에 청순형으로 거듭나고 있다. 파마를 하지 않은 생머리를 길게 기르는 것이다. 불경기에 머리카락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택한 커팅. 일명 리세션 커팅이다.
남성들은 평소보다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 이발관이나 미용실 가는 횟수를 줄인다. 처음 며칠에서 일주일은 '왜 이렇게 머리를 짧게 잘랐냐'는 질문이나 비웃음에 가까운 주위의 반응을 견뎌야하고 본인 스스로도 짧은 머리가 어색하지만 그 기간만큼 머리카락을 자르러 가지 않아도 된다. 3주에 한번 가던 것을 4주에 한번 가면 된다.
권대성 이발관의 권대성 사장은 "여름에는 워낙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르고 계속 짧은 머리를 유지하려고 찾는 손님이 많은데 올해는 뜸하다"고 전했다.
반대로 기르기도 한다. 지저분하다고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꿋꿋하다. 기르는 중에는 이발비가 들지 않으니까.
여성들도 유행 따라 자주 관리해줘야하는 스타일 보다는 관리하기 편하게 정리하는 헤어디자인을 선호하는 추세다.
커팅에 염색 코팅 하일라이트 파마 두피케어 익스텐션 등 받고 싶은 서비스는 끝도 없지만 이것저것 다 하지 않고 심플하게 필요한 것만 택한다.
미용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달에 한번 자르던 것을 최근에는 두달에 한번 자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머리카락이 한참 자란 다음에 미용실을 찾기도 한다. 커팅을 해주면서 한동안 기르겠다고 통보(?)하는 손님도 한둘이 아니다.
다행히 올 유행이 풀린 듯한 자연스러운 컬 부시시해보이는 커트다. 커팅 뿐만 아니다. 염색 파마 서비스를 받는 손님도 줄었다. 대신 이발기기나 염색약을 구입해 집에서 직접 머리카락을 자르는 남성 염색하는 여성은 늘었다.
힐스뷰티클럽 윤정옥 원장은 "예전 같으면 매직 스트레이트를 하던 손님이 스트레이트를 하더라"며 "헤어 관리는 해야겠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우니까 요금이 저렴한 스트레이트로 대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미용실들도 요금을 내리거나 세일하고 패키지 서비스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이다.
렌트비 인건비 등 고정 지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10달러 이하 남자 헤어커트를 제공하는 이발관 및 미용실이 늘고 있다. LA한인타운에만 8~10달러에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는 미용실이 20곳에 달한다.
커팅 5달러까지 등장했다. 마이스타일리스트는 매주 목요일 예약손님에 한해 남자 헤어커트를 5달러에 서비스한다.
패키지 서비스 상품도 인기다.
모아헤어샵은 커트와 파마를 기본으로 컬러 또는 코팅&하일라이트를 추가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50달러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웨스턴미용실은 남자헤어커트 10달러를 시작으로 여기에 염색을 더하면 25달러 코팅염색을 하면 30달러를 받고 있다.
여성의 경우 짧은 머리는 30달러 긴 머리는 40달러에 커트와 염색을 할 수 있다. 65세 여성 헤어커트는 10달러 세팅파마는 80달러부터 등 세일상품도 있다.
에이팀 헤어살롱은 오픈 2주년을 기념해 42인치 벽걸이TV 1200달러 상당의 루이비통 핸드백 상품권 등을 내건 경품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 업소의 제니 박 원장은 "사람을 만나야하는 직업을 가진 손님은 꾸준히 찾지만 이외에는 미용실을 찾는 횟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그런 의도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경품행사 홍보 후 신규 고객이 늘어나 이벤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 영업시간을 늘리기도 한다. 일요일에도 오픈하거나 주중에도 늦게까지 손님을 맞는다. 밤10시까지 문을 여는 마이스타일리스트 등 퇴근 후 직장인들을 노린 것이다.
이재희 기자 jhl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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