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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 자물쇠 입 열어라' 랭캐스터 한인가족 피살 사건 처리 어디쯤…

검찰서 조건 제시하며 자백 설득, 용의자 2명 송환재판 '시간끌기'

'랭캐스터 살인-방화 사건'의 용의자로 멕시코에서 체포된 심재환(39)씨와 권태원(37)씨〈본지 7월8일자 A-1면〉가 LA 송환 거부를 요청한 가운데 이들의 향후 사법처리 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씨와 권씨는 심씨의 전처 박영화(34)씨와 두자녀 박씨의 백인 형부 조셉 시가넥(60)씨 등 4명을 칼과 몽둥이로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다.

이들은 사건 발생 닷새만인 지난달 28일 멕시코 국경 마을 '아구아 프리에타'에서 전격 검거됐으며 애리조나주 코치스 카운티로 신병이 인도된 뒤 현지에서 송환 재판을 신청했다.

송환 재판은 사건 발생 지역이 아닌 타주에서 체포된 용의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다. 구속된 용의자들은 현지 법원에 송환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송환 재판을 신청한다해도 용의자들의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심씨나 권씨의 LA 송환도 시간 문제다. 더우기 이미 4명이 피살되고 숨진 박씨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윤시영(34)씨도 여전히 실종상태인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현지 법정도 재판을 길게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송환 재판을 요청한 것은 향후 재판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이들의 송환 재판은 30일로 예정된 상태다. 재판을 통해 검찰측이 확보한 증거 즉 '카드'를 미리 확인하고 LA 송환시 이에 대응하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용의자 입장에서야 당연한 권리행사지만 수사당국은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사법 처리가 늦어지고 실종 3주가 지난 윤씨의 생존 가능성을 단 몇 퍼센트라도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마저 어깨를 누르고 있다.

이들이 속 시원히 자백한다면 좋겠지만 체포 이후 입을 꾹 다물고 있어 갑갑하기만 한 상황이다. 검찰측은 상황을 반전시킬 활로를 찾기 위해 권씨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혐의를 가볍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권씨를 설득해 사건 전말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려는 것이다.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가 최대 사형까지 가능하다는 '현실'을 피부로 깨닫게 해준다면 권씨는 협상에 응할 공산이 크다.

더우기 심씨에겐 '질투'라는 범행 동기가 있지만 제 3자인 권씨에겐 분명치가 않은 상황이다. LA로의 송환을 최대한 늦추려는 용의자들와 이들을 하루빨리 법정에 세우려는 수사당국과의 줄다리기가 어떤 방식으로 풀려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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