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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진단] 김지하, 할리우드 그리고 LA

정연진 <베터컴 & 컨설팅 대표>

지난 5월 우리 회사는 IT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융합을 선도하는 '디지털 할리우드'라는 최정상급 컨퍼런스에서 최초로 한국을 소개하는 행사를 출범시켰다. 한국 콘텐츠와 IT 기업들의 할리우드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행사를 실현시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 컨퍼런스에서 특정 국가 이름을 내건 것을 행사 15년 이래 처음이기 때문에 코리아라는 브랜드에 손색없는 내용이어야 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을 비롯해 미 굴지의 영화.방송.통신사들의 중역급이 대거 참석하는 컨퍼런스에 이들과 견줄만한 인사들을 초청하기 위해선 상당한 예산이 필요했는데 후원처가 되기로 했던 한국 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난항을 겪었다.

작년 가을 행사 주관사의 빅터 하우드 대표에게서 한국 관련 행사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기까지 5여년간 이 컨퍼런스에 발품을 팔며 공을 들여온 나로서는 중대한 고비였다.

재정 지원이 없으니 이번은 포기하고 다음으로 미루자고 해야할 것인가.

그 때 영국정부 산하의 콘텐츠 육성기관 SEM의 페건 소장이 올 초 인도와 중국을 다녀오면서 한 지인에게 들려준 소감이 생각났다. "인도는 인프라가 너무 부족해 공동사업을 수행하기 불가능해 보였고 중국은 마치 혁명전야에 있는 나라 같다. 정치적으로 불안해 보여 중국과도 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나는 "때는 지금이다. 더 늦춰선 안된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동시에 재작년 LA를 방문한 시인 김지하 선생의 말씀이 생각났다. UCLA 한국학 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선생은 '신문명에의 예감'이라는 심상치 않은 화두를 던졌다. 한국의 정신문화와 미국의 과학체계를 창조적인 파트너십으로 결합시킬 때 새로운 문명이 창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할리우드를 연결시키는 일을 해오면서도 한편으로는 할리우드라는 공룡 시스템의 배만 더 불리게 하는 건 아닌지 하는 갈등했던 나에게 선생의 예지는 어둠 속의 빛줄기처럼 소명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줄기차게 뛰었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통용시켰다는 빅터 대표에게 "21세기 디지털 문명을 선도하는 한국은 12세기 금속활자 발명 14세기 훈민정음 창제 등 장구한 전통의 디지털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할리우드와 코리아를 접목시킬 때 당신은 디지털 르네상스의 창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서 코리아 세션을 만들어 보자는 제의가 온 것이다.

21세기 새 천년이 시작되면서 다수의 언론은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 특히 놀라운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세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CHINA와 INDIA를 합성한 CHINDIA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21세기가 CHINDIA가 아닌 한국과 미국의 합성어인 KORUS의 시대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 한인들이 얼마만큼 큰 꿈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김지하 선생의 말대로 만약 우리들이 한국의 콘텐츠와 미국 시스템의 장점을 조화롭게 결합시키는 창조적 연결자의 역할을 한다면 말이다. 그러기에 LA한인들의 시대적 사명은 막중하다.

올 10월 말 '디지털 할리우드' 한국 행사에서는 김지하 선생의 기조연설을 기획하고 있다. 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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