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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58개 한글학교서 1만2000명 '가나다라 … '

한국어 열풍’ 우즈베크는 지금

20일 타슈켄트 한국종합교육원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응시생들. [사진=배명복 순회특파원]

20일 타슈켄트 한국종합교육원에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응시생들. [사진=배명복 순회특파원]

일요일이었던 20일 오후 5시(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시내 미라바드구(區)에 있는 한국종합교육원. 시험을 마치고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응시생 중 한 명인 딜바르(19)는 “쓰기가 가장 어려웠어요”라고 또렷한 한국어로 말한다. 딜바르는 이날 처음으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렀다. 초급과 중급을 동시에 도전한 딜바르는 오전에 초급 3시간, 오후엔 중급 3시간 등 모두 6시간 동안 어휘·문법·쓰기·듣기·읽기 등 5가지 분야의 한국어 문제들과 씨름했다.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700㎞나 떨어진 부하라에 사는 딜바르는 전날 친구 2명과 함께 버스로 무려 10시간을 달려 시험을 치러 타슈켄트까지 왔다. 부하라 국립대학 2학년(영어과)인 딜바르의 꿈은 한국에 가서 공부하는 것. ‘주몽’ ‘대장금’ ‘명성왕후’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 이름을 줄줄이 꿰는 딜바르는 친구의 소개로 부하라에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센터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딜바르의 한국어는 겨우 1년 배웠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끈했다. “‘미수다’의 자밀라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한국어 실력이 모자란 것 같아 좀 창피하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열심히 하면 언젠가 한국에 유학 가는 ‘코리안 드림’이 이뤄질 것으로 딜바르는 믿고 있다.

영어에 눌려 한국에서는 ‘천대’받는 한국어가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최고의 인기 외국어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이날 타슈켄트·사마르칸트·우르겐치·페르가나 등 4개 도시에서 동시에 실시된 한국어능력시험에는 1007명의 우즈베크인이 응시했다. 한국어의 인기가 높다 보니 각종 한국어 교육기관에 등록한 수강생 수도 크게 늘고 있다. 타슈켄트 한국종합교육원의 김정석 원장은 “올 1학기의 경우 한국어 강습반에 등록한 현지인 수강생이 입문반과 초·중·고급반을 다 합해 1198명”이라면서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회사원과 공무원·자영업자 같은 일반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니자미 사범대, 국립동방대 등 한국어과가 설치된 4개 대학에서 1295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또 타슈켄트 한국종합교육원을 비롯해 전국에 있는 158개의 크고 작은 한글학교에서 약 1만2000명의 우즈베크인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딜바르처럼 한국에 가 공부하고 싶어서 배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녀의 친구인 우미다(22·부하라 국립대학 영어과)처럼 그저 한국어가 좋아서 취미로 배우는 경우도 있다. 한국어를 하면 한국 기업에 취직하기 쉬워 배우는 사람도 있고, 한국어능력시험에서 급수를 따면 수당이 올라가기 때문에 한국어 공부에 더욱 매진하는 현지인 한국어 교사와 교수도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20일 전 세계 18개국 62개 도시에서 동시에 실시된 제13회 한국어능력시험에는 모두 7만3954명이 응시했다. 나라별로는 중국이 4만2023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621명)·일본(1411명)·우즈베키스탄·몽골(582명)·인도네시아(332명) 등의 순이었다.

배명복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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