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테마 Pot] 파브, 3시즌 연속 MVP·275G 연속 출전 '영원한 철인'
그린베이 모스 영입 실패 은퇴 결심
터치다운에 성공하면 항상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은 브렛 파브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이제 그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1995년 크리스마스 이브 경기에서 피츠버그를 24-19로 꺾고 1972년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NFC 중부조 우승을 차지하자 파브가 엔드존에서 풋볼을 들며 좋아하고 있다.
파브는 지난 1월12일 NFC 디비저널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과거에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매 경기를 뛰었는데 최근 들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계속 패커스 멤버로 뛸 것을 강하게 시사해와 그의 은퇴선언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파브의 은퇴는 NFL 간판 리시버 랜디 모스의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스가 전날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와 3년 27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해 은퇴를 결정했다는 말이 많다.
파브는 오프 시즌 동안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모스를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를 펼쳐왔다. 지난주에도 파브는 모스에게 패커스와 계약한다면 자신도 2008시즌 뿐 아니라 장기간 패커스에 잔류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패커스는 모스 계약에 별 관심을 나타내지 않아 파브의 은퇴를 재촉했다.
▶파브 평범한 시골 소년에서 전설로…
파브는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 가져 전형적인 미국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프랑스와 인디언(네이티브 아메리칸) 피가 흐르는 혼혈아다. 그는 미시시피주 킬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까지는 풋볼에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파브는 그에게 유일하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서던 미시시피 대학(교육학 전공)에 입학했다. 서던 미시시시피는 그를 수비수로 만들려고 했지만 파브는 쿼터백을 고집했다.
대학에서 여러차례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일궈낸 파브는 4학년인 1990년 7월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부모 집으로 향하다 차가 세 차례 전복되며 나무에 부딪치는 대형 사고였다. 응급실에 입원한 파브가 눈을 뜬 뒤 어머니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이 "저 계속 풋볼 할 수 있을까요"였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완쾌한 파브는 1991년 드래프트 때 전체 2라운드로 애틀랜타 팰컨스에 지명됐다. 당시 애틀랜타 감독 제리 글랜빌은 그의 지명을 결사 반대했다. 심지어 "내가 비행기 사고로 죽는 한이 있어도 파브를 절대 경기장에 내보내지 않겠다"며 시원찮은 플레이어로 여겼다.
글랜빌에게 마운털이 박힌 파브는 팰컨스에서 단 4개의 패스만 던진 뒤 그린베이로 향했다.
그린베이의 란 울프 단장은 글랜빌과 달리 1991년 드래프트 때부터 파브를 영입하려 했다. 당시 애틀랜타가 먼저 그를 데려가 놓쳤지만 울프는 러닝백 토니 스미스를 내보내고 파브를 영입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울프의 파브 사랑은 대단했다. 신체검사에서 파브가 '대퇴골두무혈성괴사'라는 희귀병을 앓는 것으로 진단받아 은퇴의 기로에 섰지만 울프는 구단에 압력을 가하면서까지 파브가 패커스 유니폼을 입게 만들었다.
▶발자국마다 기록의 사나이
그린베이에서 그는 승승장구하며 람보 필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특히 1996-1998년까지 3년 연속 MVP를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2년 연속 그린베이를 수퍼보울로 이끌었고 1997년에는 뉴잉글랜드를 35-21로 누르고 자신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파브의 별명은 '철인'이다. 풋볼이 험악한 스포츠라 부상이 속출하지만 파브는 맹수처럼 달려드는 수비수들 속에서 정규시즌 253 플레이오프를 합치면 275경기 연속 주전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 기록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네티즌 "파브가 가장 위대한 쿼터백"
폭스 스포츠 인터넷판은 파브의 은퇴에 맞춰 "NFL 쿼터백 가운데 누가 가장 위대한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무려 40만 명의 네티즌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는데 파브가 39%로 35%에 그친 샌프란시스코 49ers의 전설적인 쿼터백 조 몬태나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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