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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여성 차별하는 할리우드의 편견 깨겠다

할리우드 영화배우이자 극작가인 에스더 채(한국이름 채경주·사진)씨는 두 개의 이름과 정체성이 자랑스럽다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가 모국어인 ‘이중언어 사용자’이며, 두 나라의 문화에 모두 익숙하다.

채씨는 미 서부 오레곤 주에서 태어났지만 5살 이후 부모를 따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다. 고려대 불어불문과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 드라마 스쿨에서 예술학 석사(MFA)를, 미시간대에서 장학금을 받아가며 1년 반 만에 문학석사를 각각 받았다.

조지 클루니 등이 출연해 큰 성공을 거둔 TV시리즈 ‘ER’ 등에서 조연급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유명한 캠벨 수프 등의 광고에도 출연했다. 호평받는 극작가이자 연극배우이기도 하다.

아시아스타상 미국부문 수상자로 상을 받기 위해 한국에 온 채씨를 만났다. 아시아스타상은 한국모델협회와 서울시·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이 주는 것으로, 지난달 18일 수상식이 열렸다. 장나라씨 등도 수상했다.



이력을 보니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다. 먼저, 왜 불문학인지 물어봤다.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잘하니까 뭔가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그의 부모는 딸이 문학교수가 되기를 기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배우의 길을 걷게 됐을까?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어요. 10대 초반에 결심했죠. 짧은 인생이지만 배우를 하면서 여러 인생을 살아보겠다고요.”

이런 결심에는 교포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도 한몫했다.

“사실 어렸을 때 많이 외로웠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말도 못하고, 친구도 없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저는 한국인이고… 어디를 가나 이방인이었죠. 항상 저는 한발 떨어져서 관찰자의 시각을 유지해야 했어요. 정식 일원이 아니었던 거죠. 이런 상황이 오히려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어요. 거시적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미국인과는 달리 세계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힘도 생겼죠.”

미국 주류 영화·연극계에서 일하는 동안 아시아계 여성에게는 주인공의 역할을 내주지 않는 벽을 실감했다.

“제가 동양여자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의 데스데모나 역을 못 주겠다는 미국인이 있었어요. 그래서 받아쳤죠. 그럼 당신은 덴마크계가 아니니까 덴마크 왕자인 햄릿은 절대로 못하겠다고요.”

사실 그의 꿈은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벽을 넘어 ‘햄릿’과 같은 주요 작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것이 꿈이다.

“사실 할리우드 같은 곳에서 성공을 추구하려면 인맥과 배경이 제일 중요하더군요. 동양 여성이라는 편견과도 싸워야 하고…”

그러나 그런 벽을 넘어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넓혀갔다. 방한 직전까지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큰 극장이라는 마크테이퍼포럼에서 모노드라마 ‘So the Arrow Flies(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간다)’를 공연했다. 극본을 직접 쓴 것은 물론, 네 명의 등장인물을 혼자 소화했으며, 제작비도 직접 댔다. 1인 6역이다. 북한 여배우가 남한으로 내려와 정보기관에서 간첩으로 암약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계 미국인 FBI 요원의 추격을 받는다는 독특한 줄거리다.

한국어와 영어에 모두 능통한 그에겐 글쓰기 작업이 매우 흥미롭고 소중하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제가 영어로 쓰는 글을 더욱 시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영어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표현하면 미국인들이 매우 재미있어 하거든요.”

그러면서 “한국이라는 뿌리로 인해 더욱 서사적이고 역사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그리하여 화살은 날아간다’를 인디영화로도, 나아가 각색을 거쳐 한국에서도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샌드라 오와 같은 동료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희망도 밝혔다.

예일대와 뉴욕 등지에서 배우 지망생을 상대로 강의도 하고 있다. 한국계, 아니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좀 더 입지를 넓혀 지금처럼 조연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주연급을 당당히 따내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꿈이다.

“호연지기를 가진 후배들이 많이 나와 청출어람이 됐으면 좋겠네요.”

글=전수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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